웨이브 영화 감상, 편리했지만 집중도는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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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단편영화제 폐막

BISFF 개막식(위)과 BISFF 국제 경쟁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작품 ‘비라고’의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BISFF 제공
코로나19 시대, 국내외 영화제가 어쩔 수 없는 대응책으로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가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려 체험해 봤다. BISFF는 지난달 31일 수상작을 발표하는 온라인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짧은 준비 불구 98% 상영 성과
유튜브 채널 통해 쓸쓸한 개막식
일부 콘텐츠 한글 자막 준비 안 돼
축제 취지 살리는 방안 숙제 남겨

■짧은 준비 기간에도 구색 갖춰

지난달 28일 오후 7시, BISFF 공식 유튜브 채널에 개막식 영상이 올라왔다. 전날 BISFF 측이 미리 찍어 둔 영상이다. 원래라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50명 이하의 관계자, 관객이 모여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객 없이 차민철 BISFF 운영위원장, 이상훈 BISFF 선임 프로그래머가 차례로 등장해 올해 영화제 방향과 온라인 영화제 진행 방식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열린 개막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도는 떨어졌다. 개막식이 진행된 시간의 영상 조회 수는 불과 20회 남짓이었고, 영화제가 끝난 1일 오전 현재 조회 수는 650여 회 정도다.

이번 영화제는 총 4가지 플랫폼을 통해 참여할 수 있었다. 먼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에서 129편, 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인터랙티브 쇼츠’ 섹션 3편, 유튜브에서 라이브 퍼포먼스와 함께 영화를 상영하는 ‘프리즘 1’ 섹션 생중계 1편 등 총 140편의 단편 영화를 만나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콘퍼런스, 토크 행사는 모두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중계했다.

당초 현장 영화제에서는 144편을 상영할 예정이었는데, 실험 영화 개척자로 평가를 받는 샹탈 아커만 감독의 회고작 4편을 빼고는 모두 상영할 수 있었다. 영화제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온라인 영화제로 전환된 점을 고려하면, 준비한 영화 98% 이상을 상영할 수 있었다는 점은 성과다.

차민철 BISFF 운영위원장은 “콘퍼런스, 토크 행사를 진행하면서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관객 30~50명이 참여해 채팅으로 질문을 하는 등 소통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감독 대부분이 온라인 상영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연대했고, 무사히 영화제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한글 자막 부재·영어로 진행

웨이브를 통한 영화 감상은 직관적이고 편리했다. 웨이브를 구독하지 않는 이용자라도 단편 영화 한 편당 1500원을 결제하면 바로 해당 작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극장에서 정해진 시간에 다른 관객과 함께 보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집중도는 떨어졌다. 단편 영화라 길어도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콘텐츠인데도 한자리에 앉아서 진득하게 영화를 감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부 콘텐츠는 한글 자막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관객이 직접 스토리를 선택할 수 있는 반응형 콘텐츠인 ‘인터랙티브 쇼츠’ 섹션의 작품은 BISFF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는데, 한글 자막이 없는 부분은 ‘옥에 티’였다. 원래 감독이 방한해 콘텐츠 보는 법을 시연하고 이를 통해 극장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상영할 예정이었다. 별도로 체험할 수 있는 기기도 준비했다. 하지만 갑자기 홈페이지를 통해 상영하게 되면서 자막을 입힐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화상회의 생중계로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 토크 행사는 통역 없이 영어로만 진행됐다. 짧은 준비 기간과 기술적인 한계 탓이다. 현장에서 열리면 동시통역으로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돼 순차 통역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시간이 배로 걸리기 때문에 이번에는 통역 없이 진행하게 됐다. 잘못하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는 아쉬운 부분이다.

불법 복제 방지, 지역 제한(국내 상영만 가능)의 장치가 있는 OTT 플랫폼 상영은 효율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감독은 작품을 영화제에 출품하고서도 자신이나 다른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없고, 관객 반응도 알 수 없다는 점은 온라인 영화제의 한계로 꼽힌다.

이렇듯 부산 첫 온라인 영화제는 여러 숙제를 남겼다. 영화제가 단순히 선택한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행사가 아니라, 영화를 매개로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점에서 ‘개인’에 방점이 찍힌 온라인 영화제 상영 방식은 근본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내 첫 온라인 영화제로 개최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장 장기 상영회라는 방식으로 최근까지 전주, 서울에서 행사를 치렀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베니스(베네치아)국제영화제는 50여 개국 70여 편을 초청해 소규모로 2일 개막한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는 일반 극장과 자동차 극장, 온라인 상영을 병행하고 토크 행사는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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