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vs “쏠림 완화” 의대 정원 확대 두고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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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총파업 쟁점은

1일 오후 부산 동구의 한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정부 의료정책에 항의시위 중인 전공의가 지나는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달 31일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의료계의 파업을 촉발한 정부의 정책과 관련, “복지부는 정책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1일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공개토론회는 언제든 참여할 수 있고, 의료계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공개토론회 제안과 빠른 수락은 양측 모두 현재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걸 반영한다. 그만큼 관련 쟁점에 대해 첨예한 입장차가 있고, 각자의 논리로 무장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 “OECD 평균에도 못 미쳐”
의료계 “공공의대로 해결 안 돼”
한방 첩약·비대면 진료도 논란
“의료 현실 개선 의·정 소통을”


■의사 수가 늘면 좋을까? 나쁠까?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400명, 10년간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고, 이 중 3000명을 10년간 지방에서 의무복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인력을 확대해 의료취약 지역과 응급의료, 감염내과 등 비인기 분야 종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또 OECD 2018년 통계를 근거로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4명(OECD 평균 3.5명)에 불과해 의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의사 수 확대론 국내 의료현장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불필요한 의료계 경쟁만 낳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같은 OECD 통계에 따르면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6.9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이를 근거로 의료계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도 주장한다. 현재 필요한 건 의사 수 확대가 아니라 지역·전공 간 의사쏠림 현상을 완화할 대책이라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정책’은 역학조사, 감염내과 전문의 등 국가와 공공이 필요로 하는 필수 분야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공공의대를 만들고 졸업생에게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의료계는 “공공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공공의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근거는 일본 사례다. 일본에서도 이 정책을 도입했지만, 의무복무가 끝난 의사들은 결국 대도시로 몰렸고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만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여기에 공공의대 입학 시 지자체나 시민단체의 추천이 가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복지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겹쳐진 상황이다.



■본질은 ‘밥그릇’ 싸움?

정부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대한 한방 첩약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하는데, 의료계는 안전성과 치료 효과 입증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의료계는 오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번 파업에서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정책은 의사 수와 직결된 다른 쟁점에 비해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의료계 파업이 외부에선 경쟁자가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한 것도 여론 악화의 이유다. 반면 의료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민감한 정책들을 강행한 정부가 원인 제공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산의 모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나 의료계나 의료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데, 각자의 입장이 있다 보니 접근법이 다른 거다”며 “정책 과정에 좀 더 소통이 됐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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