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 /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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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사상 압도하는 일상·생활의 저력

은 소설가 김연경이 19세기 푸시킨 고골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의 작품 세계를 다룬 것이다. 시로부터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은 평민과 민중의 장르인 소설로 시대적 전환을 선언한 이는 푸시킨이었다. 이른바 근대로의 전환이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은 ‘근대, 인간, 소설, 속악’을 탐구했다. 문제적 주제는 ‘속악’, 즉 ‘속물성’이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에 자리하면서 아시아에 등을 돌린 채 유럽을 지향했다. 유럽을 향한 모방 욕망이 러시아적 속물성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돈을 위해 소설을 쓰고, 한 여인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다투고…. 러시아 문학은 이런 속물성을 넘어서기 위해 고골과 도스토옙스키처럼 추상적인 ‘신과 구원’을 향해 내달렸을지 모른다. 그것은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극점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은 존재와 삶의 의미를 캐물을수록 더 큰 회의에 부딪치고 그때마다 자살의 유혹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살아간다는 것이다. 요컨대 말과 사상을 압도하는 일상과 생활의 징글맞은 저력이야말로 톨스토이가 파악한 우리 삶의 진면목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근대 삶의 핵심일 것이다. 김연경 지음/민음사/228쪽/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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