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BTS와 청약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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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진격이 멈출 줄을 모른다. 이미 네 차례에 걸쳐 빌보드 앨범 순위 1위에 오른 바 있는 BTS가 마침내 빌보드 싱글 순위 정상에 오른 쾌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가수로는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2위에 오른 게 최고 기록. 아시아 출신 가수가 싱글 1위를 기록한 건 1963년 일본 가수 사카모토 규의 ‘스키야키’ 이후 처음이다. BTS는 빌보드 앨범과 싱글 차트를 모두 석권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BTS가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빅히트는 미국 경제 매체가 선정하는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4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2940억 원의 매출과 497억 원의 영업이익(497억 원)은 역대 최고 실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경영 악화를 겪는 다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처지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콘텐츠 생산 기업으로서, BTS 성공 이후 소속 가수의 앨범·공연 수익뿐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한 지식재산권과 영상 콘텐츠 유통 플랫폼 사업으로 기업가치를 확장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빅히트는 BTS가 빌보드 싱글 순위 정상에 등극한 다음 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10월 중 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713만 주를 공모한다는 내용인데, 그 규모는 7487억~962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상장으로 방시혁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과 초기 투자자, 그리고 BTS 멤버들은 돈방석에 앉게 될 전망이다. 엊그제 마감된 카카오게임즈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엔 59조 원이 몰려 경쟁률 1524대 1로 역대 최고 기록을 작성한 바 있다. 빅히트가 이 청약 열풍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이는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막대한 시중 자금이 이른바 ‘테크 투자’로 대거 몰리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박탈감을 만회하려는 심리, 비트코인과 SK바이오팜 공모주 대박의 학습 효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데, 2030세대가 청약 열풍을 주도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런데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1억 원을 투자해도 받는 주식은 5주, 약 12만 원어치밖에 안 된다. 경쟁률이 턱없이 높아서다. 아니, 공모주를 배정받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개미투자자들이 허탈감에 휩싸여 있는 이유다. BTS의 국제적 활약은 반가운 일이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빚투’(빚내서라도 투자)에 나서는 젊은이들의 위험한 ‘올인’을 어떻게 봐야 할지 씁쓸하기만 하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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