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36. 케이티 페리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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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나 LP 또는 CD를 통해 음악을 들어야만 했던 시대. 그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신보나 관심 있던 앨범이 나오게 되면 그 앨범을 구하기 위해 꼭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습니다. 동네의 음반 가게에 들려 그 앨범은 언제 들어오는지, 혹시 너무 인기가 많을까봐 미리 선주문 형태로 주인에게 돈을 건네두기도 했습니다.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은 음반이라면 특히나 수입 음반 점에 미리 주문하고 몇 달을 기다려야 하기도 했지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솔직히 불편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것이 ‘불편했다’라는 기억으로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그 과정 자체를 즐겼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반을 기다리고, 사러 가고, 포장을 뜯고, 음악을 드디어 접하기까지 과정 자체도 음악을 즐기는 방식의 일부였던 것이었지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소장하고 있는 각각의 음반에는 음악과 함께 그 음반이 집에 오기까지 나름의 여정이 함께 기억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음반을 기다리게 된다’는 표현이 저에게 떠오르지 않게 됐습니다. 새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은 여전히 계속되지만, 음반을 마주하는 기다림이 사라진 것은 언제부터 일까요. 세월이 흐른 만큼 기다림에 대한 연륜이 쌓여 좀 더 유연하게 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음악을 접하는 방식의 변화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음반을 사러 가야만 그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게 됐습니다. 출시일과 시간에 맞춰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바로 음악을 접할 수 있죠. 누군가에게 ‘나 이 앨범 구했는데 들어봤어?’ 같은 소심한 자랑이 필요 없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에 한 음악가의 음반을 기다리게 된다는 것은 해당 음악가에게 예전보다 훨씬 큰 찬사와 칭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케이티 페리(Katy Perry)는 정말 오랜만에 제가 새 앨범을 기다리게 한 장본인입니다. 케이티 페리는 이 시대의 팝을 대표하는 가장 큰 스타 중 하나이자 음악가이지요. 어린 시절 가스펠 음악을 추구했고 2001년 자신의 본명을 사용해서 만든 데뷔 앨범은 상업적으로 실패를 했죠. 하지만 로스앤젤레스로 무대를 옮겨 세기의 프로듀서 맥스 마틴을 만나 지금의 이름인 ‘Katy Perry’로 앨범을 내면서 크게 흥행를 거두게 됩니다.

케이티 페리의 시작은 단순히 가수의 솔로 앨범이 아니라 최상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해 보석 같지만 숨겨진 싱어송라이터를 어떻게 보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고, 시대를 이끄는 음악을 선보이게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의 음악 프로젝트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렉트로닉 음악가이자 프로듀서인 제드 등이 함께하는 이번 새 스튜디오 앨범은 여전히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합니다. 이미 선 공개된 동명 타이틀 ‘Smile’. 이 한곡만으로도 케이티 페리의 새 앨범을 기다린 보람이 있을 만큼 유연한 템포감과 화려한 멜로디로 듣는 이를 자극하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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