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상가 수십곳 “정전으로 오늘 장사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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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할퀸 마이삭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여파로 정전 피해가 발생한 부산 일부 지역에서 정전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상인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3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부산에 정전 피해를 본 7만 5000호 중 10% 가까운 5000여 호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반나절이 지나도록 복구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무더위 속에 큰 불편과 피해를 입었다.

수영·남·중구 등 복구작업 지연
“한전 뭐하나” 상인들 부글부글
냉장고 식재료 다 버려야할 판

부산 중구 동광동 일대 상가와 주택은 밀어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2시부터 정전됐다. 그러나 15시간이 지난 3일 오후 4시까지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에어컨도 못 켜고, 코로나19 탓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집 안에서 무더위와 싸웠다. 중구 한 주민은 “중구청이나 한전은 아예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이렇게 불편을 겪고 있는데, 관련 기관들은 일단 책임 회피부터 하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복구 작업이 오래 걸리면서, 많은 상인이 이날 장사를 접거나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버리는 등 피해를 보았다. 마이삭이 관통한 3일 오전 3시 남구 대연 3동 일대 가게 수십 곳과 가구 700여 곳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 지역은 음식점과 편의점, 목욕탕 등 상점이 밀집한 대학가다. 또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호안도로에 위치한 상점 100여 곳도 정전됐다.

한전은 정전된 지 8시간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께 남구 일대에서 복구 작업을 시작했다. 한전 측은 복구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전된 지 12시간 40분이 지난 이날 오후 3시 40분께 겨우 복구했다. 이처럼 복구 작업이 지연되면서, 복요리로 유명한 한 복국집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모두 폐기해야 할 처지다. 또 인근 편의점이나 식당 점주들도 아이스크림이나 음식 재료들을 못 먹게 됐다며 하소연했다.

또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한 카페는 ‘정전으로 영업을 못 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을 입구에 붙여 놓았다. 가게 수십 곳은 이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정전 피해를 본 주민들도 태풍 후 찾아온 무더위 속에 12시간 동안이나 에어컨을 켜지 못해 울상을 지었다. 또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따로 보관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만난 음식점 주인은 “새벽부터 전기가 나갔는데 아직 불이 안 들어온다. 한전 측에서 예비 인력을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복구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언제 복구될지 몰라 오늘 장사는 접고 이제 퇴근하려고 한다. 이 일대 식당들도 다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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