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내 100일 간담회에 안철수 씨 얘기는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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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3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는 당 행보에 대한 김 위원장 특유의 ‘옹고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연대 여부에는 ‘흡수’라는 표현을 썼고, 안 대표에 대한 언급이 반복되자 사실상 역정을 냈다. 보수 진영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홍정욱 전 의원을 향해서는 ‘외부의 사람’이라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뜻대로 간판을 바꾼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내년 4월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른 뒤 차기 대선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표출된 셈이다. 국민의힘과 힘을 합치려면 정치세력은 일단 모두 ‘입당’하라는 메시지다. ‘김종인호’에 승선하라는 뜻으로 비친다.


安에 관한 기자 질문 반복되자 역정
安과의 연대 일축 ‘흡수’ 여지 남겨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 차단 안 해
부산시장 후보 경선, 시민 참여 확대
장제원 “당 사유화 불길한 조짐”

그러면서도 보수 진영 대권 잠룡인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의원 등의 ‘복당’ 문제는 입을 닫았다. 자신의 대선출마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무반응으로 일관,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다. 종합해 보면 당분간 국민의힘은 김종인 ‘1인 체제’에 가까운 형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등락’이 있지만 오름세를 보이는 최근의 당 지지율이 김 위원장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계속해서 변화하는 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간담회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날 핵심 키워드는 예상 외로 ‘안철수’였다. 안 대표와 연대 여부에 김 위원장은 “밖에 계신 분들이 관심이 있으면 우리 당에 흡수돼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가 당 내부를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형태로 변경함으로써 자연발생적으로 우리 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양당의 ‘당 대 당’ 통합이나 연대는 없다는 말로 ‘흡수통합’의 여지만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안 대표와 관련한 질문이 거듭 나오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인데 왜 안철수 씨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다소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대표’라는 직함도 붙여 주지 않았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 후보군인 홍정욱 전 의원에 대해 묻자 “외부의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역시 불편한 뉘앙스를 풍겼다.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후보가 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계시면 우리 당에 입당하시라”고만 했다.

내년 4월 부산·서울시장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선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쪽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가장 훌륭한 후보를 선출하느냐는 경선 절차를 당에서 준비할 예정”이라며 “어떤 후보가 돼야 하느냐는 시민들이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고, 결국 경선에서 결정되는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가급적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인물이 적정하고, 그러한 인물이 충분히 당내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명이나 정강정책 개정이 취임 100일에 맞춰 급조됐다는 지적에는 “과거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강정책을 바꾼 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 “저의 리더십이 뭐 독단적이다 이렇게 말씀하는 분들이 계신단 걸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실질적으로 당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개인의 의사를 억지로 관철시키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전 대표 등 무소속 현역의원 복당 문제는 “당이 완전히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게 되면 그다음에 거론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시간을 벌었다. 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 있게 논의를 거듭해서 결론 나기 전에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모두발언에서는 “후퇴하지 않을 변화와 혁신의 DNA를 당에 확실히 심겠다”며 “취임 100일도 변화와 혁신의 시동을 걸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야당이 무너진다면 민주주의가 후퇴되고 나라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백척간두에 선 심정으로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 취임 100일 평가에 대해선 여당과 같은 당 일부에서 냉소적인 평가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은 “일단 간판 바꾸는 데는 성공했고 메뉴판도 조금 바꿨다”며 “하지만 아직 음식 맛이나 서비스가 바뀌었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는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대위원회가 새로운 기득권이 되어 텃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더 넓게 더 크게 합치고 통합해 나가야 한다”며 “‘당의 사유화’라는 불길한 조짐이 기우이길 바란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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