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협상 단일안’ 마련, 파업 사태 해결 돌파구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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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소속 교수 등이 A동 로비에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역사회 내에서 정부 의료정책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 강도가 나날이 거세지면서 의료공백에 따른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가 파업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단일 합의안을 내놓는 등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동아대병원 전공의 123명이 사직서를 병원 측에 전달했다. 앞서 부산대병원 전공의 전원이 239명과 해운대병원 전공의 106명도 제출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부산 전공의 913명의 절반을 넘는 468명이 사직서 제출에 동참했다. 특히 부산대병원의 경우 전임의 43명도 모두 사직서를 제출하며, 전공의 파업에 힘을 보탰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투본, 전 직군 모여 단일안 도출
빠른 시일 내 정부·여당과 대화
7일 예고 3차 총파업 강행 입장
부산시내 전공의 468명 사직서
부산대학병원 교수 등 침묵 시위


단순 휴진을 넘어 본격적인 자체 시위도 진행됐다. 이날 부산대병원에선 교수와 전공의 등 200여 명이 병원 내·외부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불의와 싸우는 올바른 제자들, 이제는 스승이 기필코 지킨다’ ‘무분별한 지역 논리, 부실 의대 재현마라’ 등의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그동안 이들의 시위는 병원 내 로비에 벗은 흰색 가운을 쌓아 두는 퍼포먼스나 소수 인력의 침묵 시위 수준이었다. 이날도 부산지역 전공의 휴진율은 78%를 유지했다.

반면 의료계는 정부와의 협상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3일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는 “대한의사협회,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등 의료계 전 직군이 모여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의료계 단일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출된 안건은 정부 및 여당과의 대화를 위한 합의안이라는 게 범투위의 설명이며, 구체적이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회의 직후 “투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젊은 의사의 요구안을 범투위에서 받았고, 그 내용을 반영했다”며 “이른 시일 내 요구안을 가지고 정부 및 국회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대집 의협 회장과 만나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의 정책에 대해 “완전하게 제로의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도 2일 브리핑을 통해 국회와 의료계 사이에 이뤄진 대화와 관련, “충분히 합의되는 부분들을 존중할 생각을 갖고 기다리는 중”이라며, 정부도 쟁점이 된 의료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다만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과는 별개로 의료계는 파업 강도를 계속 유지하고 7일 예고된 3차 총파업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대화를 한다고 해서 바로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을)접는 건 아니며, 계획에도 변화가 없다”면서도 “7일 이전까지 최대한 적극적으로 성실하게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네 가지 정책에 반대해 단체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전공의들이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간 뒤 전임의들도 가세했고, 의원급 의료기관들도 동참하는 총파업도 두 차례 진행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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