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부채질한 빌딩풍, 고층 건물 ‘아수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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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할퀸 태풍 ‘마이삭’

제9호 태풍 ‘마이삭’ 위력에 ‘빌딩풍’ 효과까지 더해져 부산지역 초고층 건물 피해가 컸다. 빌딩풍 현상으로 초고층 건물 주변에 순간 초속 40m를 훌쩍 넘는 돌풍이 불어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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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국 최초로 정부 주관 빌딩풍 연구를 진행(부산일보 8월 10일자 1면 보도) 중인 부산대학교 학술용역팀에 따르면, 이날 새벽 태풍 마이삭이 부산에 상륙했을 때 엘시티 등 해운대 고층 건물 인근에 평균 풍속을 훌쩍 뛰어넘는 빌딩풍이 발생했다.

엘시티 등 해운대 고층 건물 일대
풍속 50% 상승, 순간 초속 60m
외벽·유리창 등 깨져 파편 쏟아져
신종 재난 빌딩풍 대책 마련 시급

주변 평균 풍속 등을 비교 조사한 결과, 최고 101층 엘시티 건물 뒤편은 건물 앞쪽과 비교해 50% 강한 풍속의 바람이 분 것으로 확인됐다. 일대 평균 풍속이 초속 40m일 경우 빌딩풍 영향으로 특정 지점에서는 초속 60m에 달하는 돌풍이 발생한 셈이다. 빌딩풍은 바람이 도시 고층 건물 사이를 지나면서 서로 부딪쳐 기존 속도의 배 또는 그 이상의 강한 돌풍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빌딩풍 특성상 바람이 건물을 타고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건물 외벽에도 직접 피해를 줬다.

준공 후 강한 태풍을 처음으로 맞은 엘시티의 외벽이 파손됐다. 엘시티 시공사인 포스코 건설과 입주민들에 따르면, 엘시티 아파트와 시그니엘 부산 호텔 일부 외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파편이 주변으로 쏟아졌다. 엘시티 단지 인근 도로 난간이 강풍에 무너졌으며, 나무 수십 그루도 넘어졌다. 다행히 새벽이라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마린시티 일대 초고층 건물에서는 다행히 외벽 구조물 파손 사고가 없었다.

해운대구 달맞이언덕에 있는 53층 높이 아파트에서는 외벽 유리 수십 장이 속수무책으로 깨졌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 조각이 건물 주변으로 퍼지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뿐 아니라 건물이 빼곡히 밀집한 지역에서도 빌딩풍 현상이 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영강변 한 아파트에서는 강풍으로 고층 베란다 새시 유리창이 통째로 파손되기도 했다. 이곳 주변으로 10동이 넘는 아파트 건물이 밀집되어 있다.

초고층 건물 뒤편 지역은 빌딩풍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엘시티 건물 뒤편에 자리 잡은 ‘해운대 로데오거리’ 주변 도로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가게에서 떨어져 나온 간판 등 시설물 파편이 도로를 덮었고, 여러 곳의 상점 유리창도 파손됐다.

인근 상인 박 모(55) 씨는 “엘시티가 들어선 이후 로데오거리 일대 바람 세기가 더욱 강해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주변 고층 건물에서 날아온 파편이 강풍과 뒤섞여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토로했다.

부산대 빌딩풍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권순철 교수는 “태풍 바람이 빌딩 사이를 통과하거나 빌딩을 타고 오르면서 풍속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빌딩풍이 발생한 것”이라며 “이번 태풍으로 ‘신종 재난’ 빌딩풍 피해를 재확인했으며, 오는 10호 태풍에 따른 빌딩풍 영향도 연구 데이터로 활용해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성현·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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