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변화의 역습, 상시 태풍 노출 고리원전 안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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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가 태풍으로 인한 원전 사고·고장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약 20년간 태풍으로 인한 전국 원전의 사고·고장 총 13건 중 약 80%에 달하는 10건이 고리원전에서 발생했다. 특히 올해 발생한 초강력 태풍인 ‘마이삭’과 ‘하이선’의 내습 때 6건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나머지 4건은 2003년 태풍 ‘매미’ 때였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갈수록 초강력 태풍이 더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로 인한 사고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다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안전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초강력 태풍, 한반도 더 자주 강타 전망

전례 탈피해 안전 대책 패러다임 바꿔야


부산의 원전은 모두 남향으로 지어진 데다 해안가와 직선거리로 매우 가까워 북상하는 태풍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고리 원전 사고 중 태풍 관련 요인이 약 80%인 상황에서 이는 원전 안전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고리 1~4호기는 모두 남향으로 해안과 직선거리로 불과 150~170m가량 떨어져 있을 뿐이다. 이달 들어 연이어 발생한 마이삭과 하이선 때에 고리 1·2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모두 외부 전력이 끊어졌고, 고리 3·4호기 역시 외부 전력 차단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났다. 모두 핵연료봉 손상과 방사성 물질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사고의 시발점이다. 이번 사안을 단순하게 여길 수 없는 이유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한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초강력 태풍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잦은 빈도도 그렇거니와 위력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예측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최근 한반도로 오는 태풍 대부분이 발생하는 필리핀해역 상층수(수심 50m 이하)의 온도를 조사한 결과, 지난 3년간 8~9월 평균 수온보다 1도가량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덩달아 발생하는 태풍의 위력 역시 비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제 초강력 태풍은 예외적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항시적 위험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초강력 태풍이 상시로 예상된다면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도 마땅히 전례 없는 혁신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까지 약 1000만 명 가까운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남쪽으로 세워진 입지적 특성과 훨씬 잦아질 초강력 태풍을 고려한다면 향후 더 중대한 원전 중단 사고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언제까지 타성에만 젖어 “안전하다”는 얘기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계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알다시피 대형 원전 사고는 그 이후가 보장되지 않는 ‘절대 재난’이다. 한계를 미리 설정하지 않은 채 초강력 태풍에 대비한 원전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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