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도 등판 준비, 당내 친이-친박 대결 재연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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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오르는 부산시장 보선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밝히면서 국민의힘 시장 후보 경선 구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박 교수는 16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에도 “지금까지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많은 양보를 해 왔지만, 이제는 개인 욕심을 내겠다”며 시장 출마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최근에는 부산에 사무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할 공간이 필요해 구한 것”이라며 선거 캠프 성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과거 국회의원과 청와대 시절 함께했던 측근 인사들이 지역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등 출마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이다.

정치권 내 대표적 친이계 인사
친박 이진복·유재중 대결 구도
인지도·전략가 이미지 ‘강점’
행정 경험 없어 부정 반응도

17대 총선에 출마, 부산 수영에서 국회의원을 시작한 박 교수는 정치권 내 대표적인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다. 2007년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인 안국포럼에서 전략 등 핵심 역할을 맡았고, 대선 승리 이후에는 청와대에서 홍보기획관, 정무수석, 사회특별보좌관 등을 거치며 5년 내내 이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공교롭게도 현재 부산에서 가장 열심히 시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이진복·유재중 전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이었다. 지난 총선 이후 당내 계파색이 크게 옅어졌다고 해도 인적 구성 등 세력으로 볼 땐 친이-친박 대결이 재연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특히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 라이벌이었던 유 전 의원과는 리턴 매치 성격도 있다.

지역 여권 일각에서는 19대 총선 이후 부산에서의 정치 활동을 사실상 접었던 박 교수가 갑자기 출마로 선회하려는 배경을 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교감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기존 후보군 대신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데다, 김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내 강성 친박이 퇴조하고 친이계의 재부상 기류가 뚜렷하다는 점에서다.

특히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내년 부산·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도입하려는 ‘미스터 트롯’ 방식, 즉 토너먼트식 경선에도 박 교수가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교수 출신으로 이론에 밝고, TV토론에서 보수 진영 단골선수로 뛸 만큼 뛰어난 토론 실력을 보이면서 대중 인지도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후보군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박 교수에게 판을 깔아 주려는 사전 정지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적잖이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한 측근 의원은 이날 “박 교수가 김 위원장과 교감을 갖고 움직이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한 친이계 의원은 “대중성이 높고 전략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행정가로서는 검증된 적이 없지 않느냐”는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 교수가 총선 패배 이후 오랫동안 부산 정치판을 떠나 있었던 것도 약점으로 거론된다. 박 교수는 18대와 19대 총선에서 유 전 의원과의 두 번 맞대결에서 패한 뒤 ‘부산에서 정치를 더 할 생각이 없다’는 속내를 밝혀 왔고, 실제 강의 활동 외에는 지역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올해 4월 총선 때에는 보수 통합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한때 부산 출마설이 돌기도 했지만,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가 “통합의 진정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일자 2시간 만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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