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고리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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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에 대한 기억은 대략 두 갈래다.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개구리처럼 친숙하다. 산이나 논에 물이 고인 곳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도롱뇽의 생태를 보고 한 해 농사 계획을 세웠다. 물가에 알을 낳는 도롱뇽은 그해 장마가 질 것 같으면 알을 돌이나 수초에 단단히 붙여 놓았고, 가뭄이 예상되면 물속 깊숙이 알을 숨겼다. ‘족집게 기상예측관’이 따로 없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경칩엔 개구리 알과 함께 도롱뇽 알을 건져 먹기도 했다. 봄에 가장 먼저 깨어나니 만물의 생기라고 여겼던 것이다.

아이들은 TV에서 도롱뇽을 봤다. 1980년대 초 방영된 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에서다. 무지개 연못을 배경으로 주인공 청개구리를 비롯해 참개구리, 두꺼비 등 물속 생물이 대거 출연한 만화다. 도롱뇽들은 왕눈이 형제를 잡아먹고 애꾸눈 메기의 앞잡이가 되는 원흉으로 나왔다. 과도하게 크고 무섭게 그려져 어린 동심은 곧잘 공포에 빠지곤 했다.

도롱뇽은 실제로는 작고 귀여운 모습이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도마뱀과는 구분이 필요하다. 머리가 세모나고 파충류인 도마뱀과 달리 타원형 머리를 하고 물과 뭍에서 다 생활하는 양서류다. 용존산소가 풍부한 1·2 급수에만 산다. 1~5월 사이에 짝짓기, 11월께 겨울잠에 든다. 세계적으로 560여 종이 있지만 한반도 토종은 6종에 불과하다. 그중 지난 2006년 동·식물로는 처음으로 법정 소송의 당사자로 등장한 것이 꼬리치레도롱뇽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독특한 국내 고유종이 둘 있는데 고리도롱뇽과 제주도롱뇽이다. 고리도롱뇽은 1990년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부지에서 발견돼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2003년 국제 학계에도 새로운 종으로 보고돼 이름을 알린 희귀종이다. 고리 일대가 개발되면서 개체 수가 줄기 시작해 3년 전부터 멸종위기종 2급에 지정됐다.

올해 초 금정산 해발 100m 산자락에서 고리도롱뇽이 발견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최근 환경단체에 따르면 부산 주요 지역 곳곳에 고리도롱뇽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정산을 비롯해 남구 이기대, 해운대구 장산, 동래구 쇠미산, 양산 호계천 등에서 나온 스무 개체의 DNA 검사를 해 본 결과다. 코로나19 시대에 도롱뇽을 다시 만난 의미가 작지 않다. 도롱뇽은 환경오염의 지표종이다. 이들의 소멸은 질병의 번창과 지구 위기를 비추는 경고등이라는 사실. 깨달음이 더 늦어지면 곤란하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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