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신문을 구독해야 할까 고민하는 K 형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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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경제부장

“신문이 몰락의 길을 걷는다 해도 뉴스 없는 세상이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신문 말고도 포털을 통해 무료로 뉴스를 보고 읽을 수 있는 세상에서 여전히 돈을 내고 종이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K 형. 지인을 통해 최근 이 같은 의견을 보내셨지요. 오랜 시간 신문업계에 몸을 담으며 고민을 거듭해 왔지만 때론 한쪽으로 밀어두고 싶었던 화두였기에 K 형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 화두의 무게는 상당했습니다. 이제 더는 비겁하게 밀어두고 있을 화두가 아니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 봅니다.

“신문이 몰락의 길을 걷는다 해도
뉴스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
포털로 무료 뉴스 보는 시대에도
신문을 구독해야 할 이유는 뭔가?”

K 형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세상이 온통 디지털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쉽게 복사되고 쉽게 전달되며 영상과의 결합으로 쉽게 이해되기까지 하는 그 디지털은 분명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K 형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모든 뉴스가 디지털로만 소화되는 날이 언젠간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시겠지요. 그 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선 현재의 디지털 뉴스 소비 행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조국과 추미애로 상징되는 ‘공정’ 이슈가 세상의 관심을 오롯이 가져가고 있는 동안 디지털 공간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으신지요?

새벽이면 그날 이슈를 살피기 위해 네이버 같은 포털을 훑곤 하는 게 기자의 일상입니다. 공정 이슈가 시끄러운 동안에도 포털을 훑으며 저는 대부분의 매체가 조국과 추미애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음에 무척 놀랐습니다. 진영에 따라 시각의 차이는 보일지언정 기삿거리는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으리만큼 이구동성으로 조국, 추미애 기사만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현상을 보고 어느 정치인은 세월호 사고 때보다 조국, 추미애 관련 기사가 몇배나 많았다며 언론을 욕합니다. 저는 디지털, 특히 포털에서의 히트수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기사 유통 구조에 더 많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오직 히트수에 따라 구독자 수와 얼마간의 수익 배분이 달라지는 디지털 포털에선 기사가 히트수에 따라 적자생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사고 당시보다 매체 수가 폭증한 지금은 히트수에 따른 적자생존이 훨씬 심해졌습니다.

이런 디지털 뉴스 소비 행태를 잘 알기에 최근 중요한 지역 문제를 다룬 <부산일보> 기사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이목을 끌지 못한 게 더욱 아쉽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사람들이 밀집하는 김장 담그기 같은 사회공헌만 기업들이 하고 있을 순 없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소셜벤처’의 가능성을 다룬 연작 기사가 있습니다. 부산의 사회문제 해결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함께 해결해 보려는 시도로서도 훌륭한 이 소셜벤처를 키우기 위해 민간영역에서 기업들이 사회공헌 형식으로 육성자금을 마련해 보자는 의견까지 제시한 이 기사는 아쉽게도 디지털 포털에선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쯤 되는 ‘핫’한 인물이 촉발하지 않았다면 지역화폐 관련 기사도 디지털 포털에선 구경도 하기 힘들었겠지요. 물론 <부산일보>에서도 중앙정부 시각의 지역화폐 비난이 지닌 허점을 동백전의 예를 들어 지적하는 다소 묵직한 기사를 다뤘지만 역시나 디지털 포털에서 그 기사를 본 독자는 적지 않을까 합니다.

수도권 밖에 산다는 이유로 신공항 논란을 비롯해 동남권 국민이 당하는 차별과 불공정을 다룬 숱한 기사들도 지면과는 달리 평소엔 디지털 포털 메인 화면에서 금세 사라지기 일쑵니다. 공공기관 지역 이전이나 지역 인재 할당처럼 지역의 주요 이슈가 디지털 세상에선 희귀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부산일보>는 다행히 아직 콘텐츠를 실어나를 두 개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빨리 속보성 뉴스를 공간의 제한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포털 채널과, 히트수에 구애받지 않고 곰삭은 뉴스를 묵묵히 우리 의견으로 내세우며 수도권 밖 동남권의 문제를 고민하는 종이신문. 이 두 플랫폼이 있기에 콘텐츠가 손실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고 믿고 기자들은 오늘도 열심히 우리 지역 문제를 다루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K 형. 언젠가 세상이 온통 디지털만 남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직은 이런 이유로 종이신문을 구독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형처럼 신문과 뉴스의 영향력과 우리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분이라면 더욱 그 가치를 고민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마 이 글도 형은 디지털 채널보다는 종이신문으로 읽게 될 가능성이 더 크겠지요? ㅎㅎ.

플랫폼이 2개인 만큼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남을 수 있는 좋은 콘텐츠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할게요. 많이 응원해 주세요. K 형.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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