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사과 긍정적”이라는 정부… 北 눈치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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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해수부 공무원 사살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7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전인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A(47) 씨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군에 의한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의 대응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27일 우리 측에 ‘영해 침범 중단’을 주장하며 자체적으로 시신을 수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남북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등 북한에 끌려가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이날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우리는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靑 ‘진상 규명 공동조사’ 요구
北 “영해 침범 수색 중단” 경고
‘사실상 거절’ 입장으로 해석
北에 책임자 처벌 요구도 안 해
“국면 전환만 의식” 비판 고조

북한은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 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고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에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필요하면 공동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전날 청와대 입장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거절’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후 주재한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는 북측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NSC 사무처장인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발표했다. 또 “남과 북이 파악한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 차장은 “소통과 협의, 정보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의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서 차장은 “시신과 유류품 수습은 사실 규명을 위해서나 유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를 위해 최우선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며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열렸으며, 서욱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안보실장, 서 차장 등이 참석했다.

사건 발생 후 북한이 발표한 사건경위 설명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한의 조치를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것을 놓고 지나치게 국면 전환만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한에 책임자 처벌 등의 요구도 하지 않았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만간 북측에서 응답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북한이 ‘영해 침범’을 경고하면서 자체 수색 입장을 밝혀 공동조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 진상규명을 놓고 정부가 계속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들끓는 국민 정서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국민을 잃은 슬픔보다 김정은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문재인 정부의 속내를 공식화한 회의”라고 비판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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