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양산 독립공원에 항일·독립운동사 연구기능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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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사회부 동부경남팀장

최근 경남 양산지역 한 신문에 향토사학자인 이병길 보광중 교사의 ‘애국지사 윤현진, 순국 99주년을 맞이하며, 디지털 공간에서 오류의 역사는 수정돼야 한다’는 칼럼이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이 교사는 칼럼에서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에 윤현진 지사 사망 날짜는 9월 16일로 기록돼 있고 인터넷과 백과사전, 논문 역시 이를 따르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 독립신문이나 신한민보는 9월 17일에 사망한 것으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 독립운동사는 새 사료를 발굴, 연구하고 재조명해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며 “디지털 공간의 오류를 수정하지 않으면, 유공자의 공덕을 높이 칭송해도 빛바래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지난해 부산일보가 신년기획으로 보도한 ‘3·1운동 100년, 미래로 100년’에서 “정부에 독립유공자 서훈 신청을 하면 정부가 나서서 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지자체 역시 향토사학자 등을 지원해 지역의 항일·독립운동사를 발굴하고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사의 주장은 양산과 울산지역 항일·독립운동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엄청난 시간과 발품, 비용을 들여야만 일부 사료를 찾아내는 상황에서 비전문가인 유가족들은 후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선조의 행적을 지운 안타까움 속에서 자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기 때문이다.

실제 임시정부 의정원 부의장까지 올랐던 이규홍 선생은 유가족들이 무려 40~50년간 모은 자료를 근거로 정부에 서훈을 신청했지만, 유공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선생은 올해도 국가보훈처에 유공자 서훈이 신청됐다. 김병희, 교상 부자도 ‘자료 부실’을 이유로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등 양산지역에 40여 명의 항일·독립운동가가 비슷한 처지를 겪고 있다.

다행히 양산시와 (사)양산항일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경남도 내에서 처음으로 독립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교동 춘추공원에 지하 2층 지상 1층 연면적 1897㎡ 규모로 내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건립비 63억 중 10% 정도인 6억 원을 양산지역 독립운동사 재조명을 염원하는 시민 성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성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기업가에서 시민들까지 성금 기탁이 잇달아 조만간 목표액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공사에 들어가는 독립공원에 항일·독립운동사 등 양산지역 향토사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기능 부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열린 ‘신평 만세운동 100주년 학술발표회’에서 언급된 이후 어느 정도 공감대까지 형성됐지만,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자기 공적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후손에겐 어려운 일이다. 유공자로 인정받더라도 계속해서 새 사료를 발굴, 연구해 잘못 알려진 사실도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관련 자료를 찾아내 항일·독립 활동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이 교사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오랜 시간 연구가 필요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양산 독립공원에는 지역 독립운동사 재조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하기 위해 항일·독립운동사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기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다. ktg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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