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11. 신장이식 / 정혁재 부산대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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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 불일치 이식도 생존율 차이 없어”

정혁재 부산대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가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정혁재 부산대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신장이식이 주전공 분야로, 혈관 수술 능력이 뛰어나다. 혈관 우회로 수술과 혈관 내 치료(인터벤션)를 동시에 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에 강점이 있다. 2017년 WFIMB 베스트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혈장교환술 이식 후 거부반응 줄여
혈관 모양 제각각 문합술 테크닉 중요
우회로 수술·스텐트 등 동시 진행도
면역억제제 평생 복용, 감염 주의를

-주전공이 신장이식인데 어떤 환자들이, 어떤 경우에 신장이식 수술을 하게 되나.

“콩팥 기능이 떨어진 만성신부전 환자는 굵은 바늘에 찔려가며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는 일주일에 3번,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는 하루에 4번 정도의 투석을 해야 한다.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삶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진다. 이런 환자들의 유일한 희망은 투석 없이 생활하는 것인데 신장이식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다.”

-신장이식은 생체이식과 뇌사자이식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어떤 수술 과정을 거치나.

“생체이식은 혈액형이 일치하는 혈연 공여자로부터 받은 신장을 이식하는 것이고, 뇌사자이식은 뇌사판정 절차에 따라 뇌사자로부터 기증받은 신장을 이식하는 것이다. 해외는 뇌사자이식이 80%, 생체이식이 2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이식 수술은 기증자의 신장을 적출한 후에 수혜자에게 기증자의 신장을 옮겨준다. 기증자의 신장적출을 통해 동맥과 정맥, 요관을 연결하기에 적합하도록 정리를 한 후 수혜자의 장골 동맥과 정맥에 연결해 혈류를 재개통하면 요관을 통해 소변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후 요관을 수혜자의 방광에 연결하면 이식수술이 끝나게 된다.”

-국내의 신장이식 건수는 얼마나 되나. 신장을 이식받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는 환자가 많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

“2019년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통계에서 국내 신장이식 건수는 2293명이며 2020년 5월 말 기준 뇌사신장이식 대기자는 2만 5465명으로 등록돼 있다. 대기자가 많아 이식수술을 받으려면, 혈액형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평균 5년에서 7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기증자가 부족하다 보니 최근에는 혈액형 불일치 신장 이식에 대한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은 생체이식에서 이루어지는데 생체 공여자의 혈액형과 수혜자의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을 때 시도하는 방법이다. 일종의 탈감작치료이며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의 생존율 차이도 없다. 이식 전에 리툭시맘이라는 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 여러 차례 혈장교환술을 통해 항체를 걸러줘서 이식 후 거부반응을 줄여주는 치료다.”

-신장이식 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2016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뇌사자이식 기준으로 5년 생존율이 미국 86.1%, 호주와 뉴질랜드가 90%, 유럽이 87.1%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92.2%였다. 생체이식도 미국이 93.1%, 호주와 뉴질랜드가 95%, 유럽이 94.3%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96.2%의 우수한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신장이식 수술에서 혈관을 연결하는 문합술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설명해 달라.

“모든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서는 혈관을 연결하는 문합술이 가장 기본이면서 중요한 수술 테크닉이다. 수혜자의 혈관은 사람마다 주행하는 모양이 다르고 혈관 상태도 다르다. 석회화와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일수록 문합 과정에서 위험이 높다. 문합하는 위치, 방법 등에 따라 신장이식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우회로 수술과 혈관 내 치료(인터벤션)를 동시에 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수술법인가.

“하지동맥폐색증 환자에서 혈관 수술은 전통적으로 동맥 간 우회술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혈관 내 치료라고 해서 막힌 곳을 뚫고 풍선이나 스텐트 등으로 확장해 원래의 혈관을 유지하려는 치료를 많이 한다. 그러나 동맥 간 우회술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혈관 내 치료를 한 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오랫동안 혈관 개통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장골동맥과 대퇴동맥이 막혀 걸음을 못 걷는 환자는 인터벤션 장비를 이용해 혈관 내 치료로 막혀있는 장골동맥을 개통하고, 대퇴동맥은 동맥 간 우회로 수술을 시행해 온몸에 혈류가 잘 흐르도록 한다.”

-신장이식 이후 면역 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부작용은 없나.

“신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는 평생 복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가장 큰 부작용은 감염이다. 면역이 저하된 상태에서 감염에 민감해지기 때문에 감염이 있으면 큰 합병증으로 이어진다. 이식 후 6개월까지는 면역억제제가 최고 농도에 도달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그 후는 일반인들과 비슷하게 생활할 수 있다. 그 외의 부작용은 종양,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 재발성 신질환 등이 있을 수 있다.”

-신장이식을 할 경우에 공여자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나.

“모든 장기의 생체이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여자의 건강이다. 건강한 공여자가 기증하는 수술을 받기 때문에 공여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식 후에 신장 한 개로만 살아야 하기에 보통 사람에 비해 신부전으로 갈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나 절대적인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 건강한 공여자라면 특별히 문제는 없다고 본다.”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만성신부전 환자는 빨리 신장이식을 받으면 투석을 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환자가 이식수술을 기다리고 있어 장기 기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동참해 주면 좋겠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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