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방향키 잃은 N포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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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이번 추석에 만난 한 지역대학 졸업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친척들이 취직했냐”라고 물어볼까봐 차례 자리도 피했다. 구직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지면서 밤잠을 설칠 때도 많다고 했다.

요즘 청년세대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공간적인 의미외에 심리적인 부분도 내포해 있다.

이들을 일컫는 용어들을 보면 이들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취업·결혼 등을 포기한다해서 ‘N포 세대’로 불리더니 최근엔 불필요한 기름기를 제거한 살코기처럼 불필요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배제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해서 ‘살코기 세대’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조금이나마 달래려는 청년들이 늘면서 온라인 점집도 성업중이다.

청년 구직난… 청년실업률 OECD 20위
정부 정책도 직격탄… 빚투·영투 생겨
20대 지지 급락… 뒤늦게 취업공정 강조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조금 고치면 또 도망

이 같은 상황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에서 올해 졸업생의 44.5%정도가 취업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5년간 졸업생의 실제 취업률이 62.6∼64.5%인 것과 비교하면 비관적인 수치다.

한경연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OECD 국가들의 청년 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청년(15~29세) 실업률은 OECD 국가들이 평균 4.4%포인트 감소하는 사이 한국은 0.9%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 순위는 2009년만해도 OECD 37개국 중 5위로 양호한 편이었으나, 2019년 20위로 15계단이나 대폭 떨어지며 중위권 이하로 밀려났다.

이처럼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현 정부들어 추진돼 온 각종 고용 정책이 빛을 발하기는 커녕 역행하고 있는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은 7.7%로, 이로 인한 원가 부담과 수익 감소에 결국 대·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할 것 없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도 청년들의 취업의욕에 찬물을 끼얹었다. 비정규직 차별해소라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따른 것이라지만 2000명에 육박하는 보안검색 요원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돌린 것이 화근이 됐다.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선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취업기회의 문을 닫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 같은 젊은 세대들의 미래 불안과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하락했을때 2030세대들은 ‘돈 벌 기회’라며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현 정부 이후 이들 세대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액이 60조 원을 넘어섰고, 올 들어 연체액이 높아졌다는 우려스러운 통계까지 나왔다.

부동산 시장에선 ‘영끌’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실수요와 투기를 구분하지 않고, 갭투자 자체를 시장 교란의 온상으로 취급하며 규제에 나섰고, 2030세대 입장에선 내 집 마련을 위해 수많은 허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치솟는 집값 상승 속에 ‘막차라도 타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영혼까지 끌어 빚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속출했다.

줄어드는 일자리에 발을 동동구르고 빚투·영끌 등으로 발버둥치는 청년세대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방향키 잃은 배’를 보는 듯하다.

현 정부에 대한 이들 세대의 실망감은 지지 이탈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20대 청년층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36.6%을 기록해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세대의 불안이 고스란히 지지도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만 해도 2030세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현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결국 청년세대들을 낙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취업·집 등의 기반이 취약해 면밀한 정책수립과 시행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청년의 눈높이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려면 채용, 병역 등 사회 전반에서 공정이 체감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지층 돌려세우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을 듯하다. 소 잃고 고칠 외양간이 어디 여기뿐일까. 외양간을 조금만 고치면 소는 또 달아난다.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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