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75 >‘옷거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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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맞춤법을 틀리는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한글은 위대한 만큼 어려운 언어입니다.’

어느 맞춤법 책에 나오는 구절인데, 둘째 문장이 말이 안 된다. ‘한글’은 언어가 아니라 문자이기 때문이다. 즉, 말이 아니라 글인 것. 더더군다나, 맞춤법 얘기를 하려면 ‘한글’이라는 문자가 아니라 ‘한국어’라는 언어를 언급해야 했던 것.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다. 한글은 세계의 여러 문자 가운데서도 손꼽을 만큼 배우기 간단한 문자다. 글자를 하나하나 외워야 하는 한자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터. 세종대왕이 만든 건 (한국)말이 아니라 (한국)글자이니, 착각하지 말 일이다. 착각은 글을 망치는 함정이다.

‘해창위 오태주가 숙종에게 상소를 올려, 어머니의 병구환을 위해 휴가를 청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문장에도 착각이 있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아무리 뒤적여도 ‘병구환’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기 때문. 대신 이런 말이 있다.

*병구완: 앓는 사람을 돌보아 주는 일.(할머니께서 중풍으로 누워 계실 때, 어머니는 병구완을 극진히 하였다./삼촌의 병구완으로 살림이 낮아진 데다, 어머니마저 흉탄에 쓰러지고….<김춘복, 쌈짓골>)

‘병구환’이라고들 잘못 쓰는 건, 아마, 저기에 나온 ‘환’을 ‘병환(病患)’이나 ‘환자(患者)’에 나오는 ‘患’으로 착각한 때문인 듯하다. ‘병구환’이 아니라 ‘병구완’으로 써야 하듯이, ‘구환’도 ‘구완’으로 써야 한다. ‘아픈 사람이나 해산한 사람을 간호함’이라는 뜻이다. 구완의 어원을 표준사전은 ‘구환(救患)’, 다른 여러 사전은 ‘구원(救援)’으로 설명하는데, 어원이 무엇이든 이제는 거기에서 많이 멀어졌으므로 ‘구환, 구원’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患’도 마찬가지.

<서인영, 난 옷걸이가 좋아서~>

<[포토엔]박중훈 ‘옷걸이가 좋아서~’>

사진 기사 제목들인데, 일단, 표준사전을 보자.

*옷걸이: 옷을 걸어 두도록 만든 물건.

이러면, 옷 입은 사람을 옷걸이에 빗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착각이다. 이런 말이 있기 때문이다.

*옷거리: 옷을 입은 모양새.(옷거리가 좋다./그는 옷거리에 맵시가 있고 말주변이 좋았다./날아갈 듯한 어깨판하며 치마를 걷어 들어 사르르 끄는 옷거리 맵시도 틀림없는 노국 공주였다.<박종화, 다정불심>)

이렇게 엄연히 ‘옷거리’가 있어서, “‘옷걸이’는 비유법”이라고 우기다간 망신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옷거리 근처에 있는 말로는 이런 것도 있다.

*틀: 사람 몸이 외적으로 갖추고 있는 생김새나 균형.(틀이 좋다./틀이 장군감이다….)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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