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 멀어진 롯데, 이승헌 발굴로 아쉬움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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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이 사실상 멀어진 롯데는 차세대 에이스로 부각한 이승헌을 발굴한 데 만족해야 했다. 부산일보DB

롯데 자이언츠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그러나, 차세대 에이스의 향기를 풍기는 이승헌의 발견이 작은 위안거리가 되고 있다.

롯데는 시즌 초반 5연승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부풀렸지만, 이내 상승세가 수그러들었다. 5~7월에 43승 45패로 승률이 5할을 밑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구단은 초반 성과 확보에 박차를 가했으나, 롯데는 선수단을 관리하며 후반에 대비했다.

남은 16경기 전승해야 자력 진출
5위 두산과 5경기 차 사실상 희박
대형 투수 잠재력 이승헌 수확
빠른 직구·슬라이더 등 위력적
경기 운영 능력·자신감 쌓여 기대

그 결과 8월엔 14승 1무 8패를 기록해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이 부풀었다. 허문회 감독이 장담한 ‘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롯데는 9월에 12승 15패로 다시 내려앉았다. 불펜이 흔들리고 중심 타선이 침묵하면서 승리하는 날보다 패하는 날이 더 많았다.

10월 들어 롯데는 초반 5연승을 달리며 다시 포스트 시즌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그러나, 7~9일 결정적인 3연패를 당했다.

롯데는 16경기를 남겨 둔 현재 7위에 머물러 있다. 5위 두산과는 5경기나 승차가 난다. 스포츠 통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롯데는 남은 경기를 모두 이겨야 자력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 투수의 잠재력을 지닌 이승헌이 혜성같이 등장해 구단과 팬들에게 위로를 주고 있다.

이승헌은 지난 10일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맞대결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호투했다.

이날 승리로 이승헌은 9월 26일 KIA전부터 3연승을 수확했다. 6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은 지난 한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무실점과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KIA전 4회부터 이날 7회까지 1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이승헌의 직구 구위는 위력적이다. 구속이 140km 후반에서 150km 초반까지 나오는 데다 큰 키(196cm)에서 내리꽂히며 큰 각을 이룬다. 이에 타자들은 타격 포인트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수준급이다. 오른손 타자 등 뒤에서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는 타자를 움찔하게 만든다.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주로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이 구종 역시 볼 끝이 바깥쪽으로 살짝 휘면서 떨어져 공략이 까다롭다.

등판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 운영 능력과 자신감도 쌓이고 있다. 10일 경기에서도 1회 말 삼성의 대도 박해민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자칫 흔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승헌은 박승규 타석에서 초구를 던지기 전 빠르게 1루를 향해 견제구를 던져 아웃시켰다.

이승헌은 100구 안팎을 던져도 구위가 떨어지지 않아 스태미나도 좋다는 평가다. 이승헌은 이날 프로 데뷔 이후 최다이닝과 최다투구 수(102구)를 한 경기에서 동시에 해냈다. 바로 직전 등판 한화전에서 기록한 6이닝-96구 최다 기록을 1경기 만에 갈아치웠다.

이승헌은 “경기를 하다 보니 점점 적응되고 또 편해지고 있다. 상대 타자와 승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중이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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