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화재 ‘도화선’ 샌드위치 패널, 부산 공장·창고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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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9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서부산용품 산업단지 한 보관창고에 발생한 불을 진화하는 모습.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처럼 외벽을 타고 불길이 번진 화재가 올해 부산 공장이나 창고 건물에서도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연성 높은 ‘샌드위치 패널’로 벽을 세운 건물이 많아 화재 대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올해 부산 강서구 공장과 창고에서 각각 40건과 1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11일 밝혔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강서구에서 발생한 화재 229건 중 공장·창고만 21.8%에 이르는 수치다. 강서구뿐만 아니라 북구·사상구·사하구 등도 공장이나 창고 건물이 많아 올해 부산에서 관련 화재는 더욱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 화재 키워
부산 공장·창고, 올해 50곳 불타
샌드위치 패널 불붙어 피해 확산
패널 내 스티로폼 사용 제한해야

특히 부산 공장이나 창고 화재는 지난 8일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처럼 건물 벽을 타고 불길이 번진 경우가 많았다. 올 5월과 6월에 강서구 대저동 서부산유통단지에서 각각 발생한 신발 창고, 주방용품 창고 화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둘 다 외부에서 시작된 불이 건물로 옮겨붙은 뒤 벽을 타고 불길이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공장이나 창고에서 이러한 화재가 빈번한 가장 큰 이유로는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된 건물 벽이 꼽힌다. 샌드위치 패널은 강판 사이에 단열재를 채워 넣는 복합자재로 불에 약한 경우가 많다. 특히 그동안 공장은 1000㎡, 창고는 600㎡ 이하 규모면 가연성이 높은 ‘스티로폼 재질’의 샌드위치 패널 사용이 가능했다. 이번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는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시공된 외벽이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 부산 공장이나 창고 건물 벽은 그보다 화재 위험이 더 큰 스티로폼 재질로 이뤄진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올 2월 강서구 강동동 한 신발부품 제조 공장 화재로 불에 탄 3개 동은 모두 스티로폼 재질의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강서구 대저동 물류창고에서 4개 동을 태운 화재 또한 건물들이 샌드위치 패널로 벽이 구성됐다.

정부가 올 5월부터 샌드위치 패널에 스티로폼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 단기적으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보통 공장이나 창고 주변에서 흡연을 하거나 소각 등의 목적으로 불을 피우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주변에 있던 쓰레기더미 등에서 시작된 불이 건물 벽으로 옮겨붙은 경우가 많아 가연성 물질을 치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아파트 또한 외벽 화재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해운대 우신 골든스위트 화재 역시 가연성 알루미늄 패널로 된 외벽 마감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2012년 30층 이상 건물에 사용하는 외장재를 규제하기 시작했지만,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부산의 고층 건축물 365곳 중 19곳은 여전히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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