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거리 세 손가락 시위 물결 시험대에 오른 ‘태국 군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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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태국 수도 방콕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집회를 열고 총리 집무실 쪽으로 행진하며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시위가 거세지자 15일 새벽 5인 이상 집회 금지등을 담은 긴급 칙령을 발표했다. EPA연합뉴스

군주제 개혁과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태국에서 확산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태국 방콕 도심에서 수만 명이 참여한 거리 집회가 열렸으며, 태국 정부는 다음 날인 15일 ‘5인 이상 집회 금지’ 등 비상조치를 발효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보도했다.

수만 명 참여 도심 반정부 집회
군주제 개혁·총리 퇴진 등 요구
정부 ‘5인 이상 집회 금지’ 칙령
반정부 단체 인사 등 20명 체포
집회 지도부, 시위 재개 예고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14일 태국 방콕에서는 반정부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시민들이 오전부터 민주주의 기념탑이 있는 랏차담넌 거리로 모였다. 집회 시작이 예정된 오후 2시께 이미 2만여 명의 참석자들이 몰렸고, 집회 지도부가 공언한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 집무실로 향하는 길목들을 바리케이드로 막았다. 일부 길목은 바리케이드-경찰-경찰 버스 순으로 이뤄진 ‘3중 차벽’이 만들어졌다.

집회 장소 인근 도로 한쪽에는 노란색 상의를 입은 왕실 지지파들이 줄지어 앉아 있기도 했지만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의 행렬은 훨씬 길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물론 대학생과 가족, 노년층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이들은 “쁘라윳, 억빠이(쁘라윳 총리,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태국 민주세력 사이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통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 제스처를 취하며 손을 높이 들었다. 경찰은 이날 밤까지 이어진 반정부 집회 직후 지도부를 검거했지만, 반정부 단체들은 집회 금지조치에 응하지 않고 다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혀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15일 새벽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긴급 칙령(emergency decree)’을 통해 5인 이상 집회 금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와 온라인 메시지 금지, 총리실 등 당국이 지정한 장소 접근 금지 등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방송에서 “많은 집단의 사람들이 방콕 시내 불법 집회에 참석했으며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하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행위를 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또 공식 문서를 통해 “국가 안보 또는 평화·질서에 영향을 미칠 오해를 만들어 내면서 공포를 조장하거나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뉴스와 전자 정보를 발간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긴급 칙령 발효 이후 방콕 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경찰 6개 중대를 동원, 총리실 바깥에서 밤샘한 집회 참석자들을 해산시켰고 이 중 20명은 체포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가 경찰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집회를 주도한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 등 반정부 세력 지도부 4명도 포함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반정부 단체 측은 정부의 집회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쇼핑몰 등이 밀집한 방콕 중심가에서 또 다른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경찰 13개 중대, 약 2000명을 집회 예정지 인근에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국에서는 최근 수개월 동안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 등을 촉구하는 반정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왕궁 옆 사남 루엉 광장에서 3만 명가량이 참석한 집회가 열려 2014년 쿠데타 이후 반정부 집회로는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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