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우려 큰데… 한수원, 노후 원전 설비 개선 무더기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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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고리 2호기 12건 비롯 원전 3기 개선 계획안 52건 취소 윤영석 의원 “탈원전 보조 맞추기” 한수원 “허가에서 신고로 바뀐 탓”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노후 원전의 설비 개선 작업을 계획했다가 무더기로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이 노후 원전의 원활한 운영과 안전성을 확보하기보다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15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이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국내 노후 원전 3기(고리 2호기, 한빛 1·2호기)에 대해 2017년 10월부터 현재까지 3년간 총 52건의 설비 개선 계획을 세웠다 철회했다. 설비 개선 계획 철회란 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원전 설비를 개선하겠다’며 계획안을 제출하거나 허가를 신청한 뒤 해당 계획을 취소한 것을 의미한다. 제출된 개선 계획은 원전별로 비안전등급 축전지 교체, 스위치야드(송수전 전력 설비) 연계 선로 증설 등 항목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 한수원은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와 안전성 검토 후 추진 예정 등을 이유로 제출된 설비 개선 계획안을 철회했다.

최근 3년 고리 2호기 12건 비롯
원전 3기 개선 계획안 52건 취소
윤영석 의원 “탈원전 보조 맞추기”
한수원 “허가에서 신고로 바뀐 탓”


지난달 태풍 ‘마이삭’의 부산 상륙 당시 고리 원전 앞바다 전경.  부산일보DB

설비 개선 계획이 철회된 해당 원전 3기의 수명 만료일은 고리 2호기 2023년, 한빛 1호기 2025년, 한빛 2호기 2026년이다. 고리 2호기와 한빛 1·2호기는 1980년대 중반에 지어져 곧 가동 40년째에 다다르게 된다. 모두 운영 만료까지 6년 이내로 남은 ‘노후 원전’으로 꼽힌다. 오래된 원전일수록 설비 교체 등 안전성 개선 작업은 더욱 중요하다. 태풍 등 기후 변화에 원전 설비가 직접 피해를 받는 점이 지난달 태풍으로 재확인된 상태다. 게다가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후 원전에 대한 개선 작업이 절실하다는 지역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설비 개선 계획이 철회되면서 탈원전 정책이 노후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윤 의원은 “한수원이 고리 2호기와 한빛 1·2호기의 설비 개선을 잇달아 취소한 것은 탈원전 일정에 따라 어차피 폐쇄할 원전에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며 “원전 개선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가 시간이 흘러 다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려 할 때, 더욱 큰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제기된 설비 개선 계획 철회는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한수원 측은 “철회 건수가 많이 나온 것은 설계 변경을 포함한 설비 작업 등 방식이 허가에서 신고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또 설비 개선의 경우 발전소끼리 통합 추진하기 때문에 신기술 적용 등 검토가 필요해 철회된 사항이 많은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지난달 태풍으로 인한 원전 중단 사태 이후 고리본부를 방문한 여당 의원들은 안전성 개선을 위한 재발 방지 대책과 원전 관련 안전규제를 정부와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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