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의 의료는 지역이 책임진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방의 대도시도 진료를 위해 많은 환자가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부산시의 자료를 보면, 부산시민의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은 높은 편이나 암 환자의 경우 10% 정도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고,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역외환자 유출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약 1조 원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럼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의료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할까.

우선 지역 의료의 경쟁력이 필수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시와 지역의 대학병원과 전문병원, 그리고 지역 언론까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라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는 정부의 의료정책을 지역민의 특성에 맞춘 제도로 개발해 지역의 병원들이 어려움 없이 적용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대학병원은 연구와 진료에 집중하며, 언론은 지역 의료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것이다.

최근 부산 지역 전문의 4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다수의 의사가 “우리 지역의 의료수준은 수도권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점과 지역에도 우수한 의료진이 많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며 홍보 부족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시와 부산일보가 지난해 기획으로 추진한 ‘의사가 추천하는 부산 명의’, 그리고 올해 진행 중인 ‘명의에게 듣는다’처럼 적극적인 홍보가 뒷받침돼야 하겠다.

그리고, 의료기관의 우수성은 정부의 각종 평가가 이를 입증하기 때문에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인증, 각 질환별 우수성 평가, ○○전문병원 등 보건복지부의 공식적인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가지 평가 중의 하나를 소개하면, 매년 보건복지부는 ‘의료 질 평가’라는 것을 전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300여 개의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우리 부산대병원도 매년 교육, 연구, 진료 등 의료 질 평가 전 분야에서 1등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병원, 언론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려 돌아갈 때 지역 의료서비스는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고, 부산 시민의 의식에도 자리 잡을 것이다.

최근 의료는 진단과 수술 등 치료과정이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다. 굳이 먼 지역으로 이동하면서까지 많은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부산 지역의 의료수준은 의료진은 물론 시설과 장비 등 대부분이 수도권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부분도 많다.

이처럼 의료시스템은 잘 갖췄지만, 아직 부산 시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점은 지역 의료계가 고민하고,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의료계가 책임감을 갖고 먼저 노력한다면 불필요한 원정 진료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들이 처음부터 신뢰하고 지역 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지역 의료기관의 존재 이유이며 책무라 생각한다.

병원은 환자 중심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제공하고, 지역민은 지역의 의료기관을 믿고 이용한다면 의료산업의 발전은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주 부산대병원 병원장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