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유재명 “아직도 매 작품마다 걱정돼 연습 많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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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 유재명.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영화 ‘소리도 없이’가 찾아왔다. 부산 출신 배우 유재명(47)은 이 작품에서 독특한 서사와 캐릭터를 흡입력 있는 연기로 완성했다. 최근 그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주제와 메시지 등 보기 드문 방식의 시나리오라 매력을 느꼈다”고 이 작품을 회상했다.


범죄 조직 뒤처리 ‘창복’ 역 맡아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 하고 싶어”

영화는 유괴된 아이를 맡게 된 두 남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유재명이 맡은 ‘창복’은 청소 일을 하며 살아간다. 일반적인 미화 업무가 아닌 범죄 조직의 뒤처리다. 창복의 겉모습이나 성격은 범죄와 거리가 멀다.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게 일하고, 종교적 신앙심도 깊다. 이런 점은 캐릭터의 모순을 극대화한다. 때리기 좋게 사람을 묶어 두지만, 미안해 하고, 예의를 갖춰 시체를 묻는 게 대표적이다.

유재명은 “관객들에게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며 “창복이라는 사람이 왜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왜?’라는 물음을 계속 던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창복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서늘하면서도 평범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캐릭터뿐 아니라, 이야기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도 작품의 매력으로 다가왔단다.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크고 작은 양심과 도덕심을 버리고 살고 있죠. 그런 걸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도 묘한 끌림이 있는 작품이에요.”

유재명이 극 중 ‘태인’을 맡은 유아인과 선보인 연기 호흡은 흥미롭다. 러닝 타임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는 ‘태인’과 반대로 ‘창복’은 잠시도 쉬지 않고 말을 한다. 유재명은 “이 인물은 논리적인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아무 말’을 한다”며 “자동 응답기처럼 꾹 누르면 바로 말이 나오도록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선과 악, 절대적인 가치 판단의 존재 등 관객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분위기가 마냥 무겁진 않다. 유재명은 “가볍지 않은 소재의 영화지만, 관객이 창복과 함께 너무 무겁지 않게 가려고 노력했다”면서 “억지로 웃기려는 유머가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함께 한 유아인의 연기도 치켜세운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이리저리 보며 입체적으로 접근하더라.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서슴없이 공유하는 모습이 배우로서 멋있었다”며 “외모도 실물이 더 잘생겼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스무 살 때 부산 연극판에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유재명은 어느덧 충무로 대표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영화 ‘관상’ ‘베테랑’ ‘내부자들’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이태원 클라쓰’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대중을 찾고 있다. 유재명은 “요즘엔 부쩍 알아보는 이도 많아졌다”며 겸손한 말을 더한다. “대중이 저를 알아보고 ‘작품을 잘 봤다’고 하면 머리를 긁적이게 돼요. 아직도 매 작품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 연습을 많이 하죠.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영원한 진리 아닐까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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