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풀어낸 여성의 역동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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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70년대 우리 주변의 인물을 그림으로 만난다. 부산 1세대 서양화가 임호 회고전에 가면 일하는 여성, 양치기 소년, 전장의 군인 같은 인물화를 볼 수 있다. 고 임호 작가는 토벽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한성여자초급대학(현 경성대) 미술학과장을 역임하는 등 부산 근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임호 작가는 경남 의령 출신으로 일본 오사카 유학에서 돌아온 후 부산 화단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는 부산 영도에 살았던 경험 등을 담아 ‘여인’과 ‘부산’을 소재로 향토성이 두드러진 그림을 선보였다.

미광화랑 임호 회고전서 28점 전시
종군 화가 시선 담긴 작품도 눈길




임호의 종군화 스케치 ‘전선 만리를 너와 함께’(위)와 ‘해변’.  미광화랑 제공


수영구 민락동 미광화랑에서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서는 ‘해녀’ ‘영도’ 등 작품 28점이 전시된다.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는 “인물을 적극적으로 다룬 작가다. 특히 해녀, 생선 파는 사람 등 노동하는 여성을 그린 점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임호의 그림 속 여성들은 적극적인 인물이다. 100호짜리 작품 ‘해변’에는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등장한다. 비너스상 같은 자세, 뒤쪽 바위에 걸터앉은 여성의 모습 등에서는 자신감이 드러난다.

임호 작가 작품 중 ‘바닷가 풍경’에 등장하는 여성이나 ‘모시 적삼을 입은 여인’에서 속살이 비치는 모습 등은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조신한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피부 톤도 다르다.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는 바닷가에서 만날 수 있는 ‘해양의 여성’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라 껍질, 볼락 등 또 다른 형태의 해양성을 보여 주는 정물화도 함께 전시된다. 일본에서 배운 인상주의 화법의 터치가 두드러진 풍경화도 선보인다. 1974년에 그린 ‘절필작’은 풍경이지만, ‘스냅 사진’처럼 잘린 입간판 등이 눈길을 끈다.

임호 작가는 한국 전쟁 당시 서성찬과 함께 중부전선에 종군 화가로 투입됐다. 미광화랑에선 ‘구두닦이 소년’ ‘전선 만리를 너와 함께’ 등 전쟁의 고단함을 담은 스케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임호 회고전=11월 2일까지 미광화랑. 051-758-2247.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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