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의혹 제기’하다 장관에 혼쭐난 국회의원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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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김 장관이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넘어갈 수 없다”며 5분가량 호통을 치는 일이 발생했다. 질의하는 정동만(위) 의원과 의혹 제기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대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김현미 장관.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김 장관이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넘어갈 수 없다”며 5분가량 호통을 치는 일이 발생했다. 질의하는 정동만(위) 의원과 의혹 제기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대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김현미 장관. 연합뉴스

“같은 부산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부산 국회의원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놓고 지난 주말 내내 각종 SNS와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중 “국회의원 특권만 누리려 하지 말고 제발 공부 좀 하고 의정 활동을 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토교통위, 국토부 국정감사서

정동만, 골프장 입찰 개입 의혹 언급

김현미 “제대로 된 근거 말씀하셔야”

정, “나중에 말하겠다”는 말만 계속

정 의원·국민의힘 비난 댓글 쏟아져

“제발 공부 좀 하고 의정활동 하라”


해당 동영상들은 지난 23일 국토부를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위 국정 감사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정동만(부산 기장) 의원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이에 벌어진 설전을 담고 있다. 설전이라기보다는 정 의원이 김 장관에게 혼쭐이 나는 모습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이들 동영상에도 ‘김현미, 정동만에 호통’ ‘김현미 분노’ 등의 제목이 달렸다.

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스카이72)’ 골프장 입찰 과정에서의 국토부 관여 여부를 따지려고 했다. 그는 야심차게 ‘골프장 운영사업권 따낸 KMH 인맥과 의혹’ 제목이 달린 파워포인트(PPT) 한 장을 띄운 채 골프장 입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정 의원이 “화면에 왜 제 얼굴이 들어가 있느냐”고 따지고 나섰다.

여기에 정 의원은 “골프장 입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맞받으면서 그 근거로는 “이상직 의원과 잘 아는 사이 아니냐” “전주고 동문 아니냐” “두 사람이 찍은 사진도 나왔다”는 황당한 발언들만 이어갔다.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든 이유로는 너무 빈약했다.

이어 김 장관이 “제 사진을 게이트라면서 올려놨으니 (제대로 된)근거를 말씀하셔야 한다” “제기하시는 의혹이 뭐냐”고 압박, 한동안 정 의원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감장에서 수감기관 기관장이 국회의원을 혼쭐내는, 낯선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정 의원이 “(의혹은)나중에 말하겠다”는 말만 계속하자 이번에는 동료 의원들까지 상황 정리에 나섰다. 국토교통위장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스카이72골프장 입찰 문제에 대해 장관님은 전혀 관여한 것 없냐”고 대신 상황을 정리하려 했으나 김 장관은 굽히지 않고 정 의원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장관이 본인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반박을 할 수는 있지만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의혹을 말하라는 것 아니냐”며 소리를 치며 반박했다.

이날 국감 직후 해당 동영상이 각종 SNS에 돌면서 정 의원과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리기 시작했다. “국감장에서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큰소리 치는 장면은 처음 본다” “제발 공부 좀 하고 팩트로 질의하라” “이런 일이 벌어지니 ‘국민의짐’ 소리를 듣는 것” 등의 댓글들이 잇따랐다. “지역구민이 불쌍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뽑았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니 욕을 먹지” 등 정 의원의 자질을 꼬집는 반응도 많았다.

정 의원을 향한 비난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당원은 “제대로 자료나 정보도 준비하지 않고 한건 하겠다고 나선 꼴 아니냐”면서 “같은 당원으로서 시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인사는 “정 의원 사례가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번 국감에서 그동안 주목받던 부산 초선 국회의원 중 제대로 활약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주목 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공부 좀 하고 의정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기장에서 오규석 기장군수의 ‘사과하세요’ 동영상을 잇는 2탄이 나왔다” “정 의원을 뽑았다고 기장군민을 욕하는 SNS 댓글들 때문에 너무 부끄럽다” 등 기장 지역 주민들의 한탄도 적지 않았다.

김영한·이은철 기자 kim01@busan.com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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