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이날치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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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판소리꾼들이 우리 소리를 새롭게 알리고 있다.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각종 소셜네트워크(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성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민요의 BTS(방탄소년단)란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날치 밴드는 지난해 결성됐다. 소리꾼 5명에 2대의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됐다. 판소리를 대중음악으로 재해석하는 얼터너티브 팝 밴드를 표방한다.

애초부터 판소리 대중화, 국악의 현대화, 한국 음악의 월드뮤직화 같은 거창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저 클럽에서 판소리로 떼창을 하려는 의도로 시작했다고 한다. 수궁가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밴드 명칭은 조선 후기 8명창 중의 하나로 꼽히는 소리꾼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 예인은 젊은 시절 줄타기를 하였는데 날치처럼 날쌔게 줄을 탄다고 해 그런 별명을 얻었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수궁가의 한 대목인 ‘범 내려온다’의 일부이다. 이를 듣는 순간 “이 소리는 과연 뭐지”라는 궁금증이 밀려온다. 그와 함께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소리와 고수의 반주로만 진행되는 전통 판소리처럼 리듬과 소리로 이어 가는 그들만의 매력으로 해석된다.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래가 울려 나오는 동안 펼쳐지는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몸동작도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전통과 현대를 교묘하게 섞은 복식을 한 채 이뤄지는 군무는 판소리와 아슬아슬한 조화를 이룬다. 약간만 삐끗해도 무너질 듯한 어울림은 긴장감마저 자아낸다. 이 밴드가 인기를 끌자 정치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최고 회의에서 ‘이날치 밴드’와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이들의 영상이 소개됐다. 모두 젊은 층과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부산을 홍보한 영상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감천문화마을, 보수동책방골목, 광안리해수욕장의 모습이 신나는 판소리에 실리는 모양새가 이채롭다. 서울, 전주 지역 홍보가 포함된 한국관광공사의 이 영상은 SNS 합산(유튜브·페이스북) 조회 수 2억 회를 훌쩍 넘겼다.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범이 코로나19도 물고 가 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준영 논설위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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