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6 vs 진보 3… 미 연방대법원 ‘기울어진 운동장’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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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왼쪽)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취임선서식을 지켜보고 있다. 배럿 대법관은 이날 상원 본회의의 인준 절차를 통과했으며, 남편 제시 배럿(가운데)과 함께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에이미 코니 배럿(왼쪽)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취임선서식을 지켜보고 있다. 배럿 대법관은 이날 상원 본회의의 인준 절차를 통과했으며, 남편 제시 배럿(가운데)과 함께 참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이미 코니 배럿 미국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이 대선을 불과 8일 앞둔 26일(현지시간) 상원을 통과했다. 미 대법원의 보수화 재편작업이 일단락됨에 따라 막판 표심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미 언론에 따르면 상원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2일 법사위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찬성 52 대 반대 48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내 이탈 표는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이 유일했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그 직에 딱 들어맞는 적임자”라고 극찬했으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인준 절차에 조금의 합법성도 부여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뤄진 대법관 인준 사례는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에 이어 세 번째다.


배럿 대법관 인준안 상원 통과

트럼프, 백악관 축하 행사 강행

“긴즈버그 자리 계승 최적임자”

초당적 지지 없는 ‘반쪽 인준’

대선 코앞 막판 표 향방 주목

바이든 당선 땐 본격 논쟁 예고


이번 가결은 대법관 인준 문제를 놓고 여야 간에 두 동강으로 쪼개진 미 의회와 미국 사회 전반의 분열과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이기도 하다. 법관이 소수 정당으로부터 단 한 표의 찬성도 얻지 못한 채 인준된 것은 151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법관 지명자를 둘러싼 워싱턴 정가의 해묵은 전쟁이 얼마나 격렬해졌는지를 보여 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도 대선을 얼마 안 남겨 두고 대법관 지명자가 인준된 기록을 세우게 됐다며 미 현대사에서 초당적 지지 없이 인준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보수 성향인 배럿의 합류로 미 연방대법관의 이념적 지형은 보수 6명, 진보 3명이라는 확실한 보수 우위로 재편되며 보수화가 가속하게 됐다. 이에 따라 낙태와 총기규제, 의료보험 등 주요 사안에서 보수적 성향의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우편투표 대폭 증가 등으로 인해 선거 결과를 둘러싼 법정 공방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대통령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배럿 대법관의 조기 인준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인준 절차가 불법적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법원 증원 문제 등 이념 지형을 다시 돌려놓기 위한 민주당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며 논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NYT는 “분열된 상원이 번개 같은 속도로 인준을 끝내며 불과 대선을 며칠 남겨 두고 트럼프에게 승리를 건넸다”고 보도했으며, CNN방송은 “이번 인준이 향후 몇 세대 동안 대법원을 보다 보수적 방향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인준안 가결 1시간여 만에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배럿 대법관 인준 축하 행사를 열고, 취임 축사에서 “배럿 가족의 모습이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그는 여성의 진정한 선구자였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 자리를 계승할 최적임자”라고 말했다. 배럿 지명자는 이르면 27일부터 대법관 업무를 시작할 전망이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축하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슈퍼 전파자’를 양산하는 대규모 행사를 계속 개최하면서 방역 지침도 어기고 있다” 고 비판했다. 또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치 매코널과 공화당은 고전하는 미국 국민에게 코로나19 부양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대법원 지명자를 밀어넣는 것을 선택했다. 6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미 투표를 한 상황에서… 그들은 정말 야비하다.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맹공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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