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표하는 명품 디자이너가 수제 마스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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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남 디자이너(서순남 컬렉션 대표)

“어떤 모티브로 디자인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의미를 담고 거기에 패션 트렌드도 가미해야 하니까요. ‘대를 이어가는 명품 옷’을 만들어왔는데 그 자부심을 지켜야죠. 많은 고민과 시간을 투자한 끝에 디자인이 완성되니 또 힘든 작업이 기다렸죠.”

부산을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인 서순남 컬렉션의 서순남 디자이너가 최근 완성한 작품을 한참 설명한다. 디자인이 결정되고 나니 이제 기능성과 촉감, 착용감 3박자를 갖추고 원하는 색감까지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골라야 했다. 색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정말 수십차례 테스트를 하며 직원들이 ‘대표님 이거 꼭 해야 해요’라고 말할 정도였단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소재를 결정하니 이제 봉제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었다.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 개막식서
'아름다운 입체 디자인' 선보일 예정

22개국 국기·국화 모티브 특색 더해
"프레타 포르테 작품보다 더 힘들어"

올해로 디자이너 경력만 45년째. 그동안 APEC정상회의 축하 패션쇼를 비롯해 프레타 포르테 등 큰 패션쇼를 수십차례 가진 베테랑 디자이너인 서 대표가 이렇게 힘든 작품은 처음이라고 토로한다. 도대체 어떤 작품일까.

바로 수제마스크이다. 11월 5일과 6일 이틀간 부산항국제컨벤션홀에서 열리는 제12회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의 개막식 무대에 선보일 특별한 마스크들을 준비하느라 지난 몇 달간 몸살을 할 정도로 힘든 작업을 이어왔다.

“주최 측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니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특별한 작품이라며 마스크 제작을 부탁했어요. 의료 메카인 부산을 알리는 중요한 행사이자 코로나 시대에 큰 힘이 되어 준 의료진들을 위한 작업이라는 설명에 무조건 돕겠다 했죠. 그런데 정작 작업에 들어가자 수 십 벌의 옷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마스크를 만드는 것이더군요. 후배 디자이너들과 저희 직원들, 봉제 장인들까지 어찌나 원망 하던지….”

2005년 부산 APEC정상회의 축하 패션쇼에서 당시 참가국들의 나라꽃을 모티브로 옷을 디자인했던 경험을 떠올려 이번 마스크 작업도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에 참가하는 22개국의 국기와 나라꽃을 활용했다. 디자인 모티브는 정했지만 옷보다 훨씬 작은 마스크에 어떤 크기로 어떻게 디자인을 넣을지 정하는 게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고생 끝에 감탄하는 작품이 탄생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더불어 얼굴에 잘 맞는 입체 디자인까지 서 대표의 45년 경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수십 년 옷을 만든 봉제 장인들의 솜씨가 더해져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마스크가 나왔다. 더불어 개막식에 참여하는 내빈을 위한 특색있는 마스크도 함께 제작했다. 이를테면 국회의원 지역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거나 지역의 특색을 담은 마스크들이다.

“옷은 그 사람의 품격이고 옷을 만든 디자이너와 옷을 입는 사람의 유대감이 느껴집니다. 이번 마스크도 저에겐 이런 옷과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방역 기능도 같이 고려해야 하니 사실 옷보다 더 신경 썼어요.”

서 대표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부산시를 비롯해 부산 각 구를 대표하는 마스크를 제작해 시와 구를 알리는 홍보상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 대표는 마스크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비용을 일절 받지 않고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서 대표의 마스크 작품들은 다음 달 5일 오전 11시 부산국제의료관광컨벤션 개막식 무대에서 공개되며 부산일보 유튜브와 페이스북 공식계정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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