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자갈치의 기억으로 요리한 영화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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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BIFF] BIFF 찾은 부산 출신 '송해1927’‘파이터’ 윤재호 감독




“고향 부산에서 자라며 보고 느낀 것들이 영화를 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있어요. 기억과 감정, 냄새, 사람 모든 것이 그렇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윤재호 감독의 말이다. 2017년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를 선보인 지 3년 만에 영화 두 편을 들고 다시 이곳을 찾았다. 하나는 다큐멘터리인 ‘송해 1927’, 다른 하나는 장편 ‘파이터’다. 각각 와이드앵글 섹션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과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작품들이다. 최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 앞 카페에서 본보와 만난 윤 감독은 “새 작품을 들고 고향을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입을 뗐다.

다큐·극영화 오가며 도전 계속
송해 선생은 한 편의 ‘인생 책’
부산 기억은 작품하는 밑거름 



윤재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송해 1927’(위)과 ‘파이터’. BIFF 제공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태어난 윤 감독은 연제구 연산동과 부산진구 연지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감독은 “영화를 배우러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부산을 떠나 본 적 없다”며 “고향에서 겪은 경험들과 사춘기 때 느꼈던 감정들이 여전히 마음에 잔잔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떠나 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생겼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출 행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장편과 단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오가는 도전을 계속한다는 거다. 앞서 만든 장편 극영화 ‘뷰티풀 데이즈’와 다큐멘터리 ‘마담B’는 같은 소재를 다른 형태로 풀어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단편 ‘약속’과 ‘히치하이커’, 다큐멘터리 ‘북한인들을 찾아서’ 등을 만들며 형식적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고, 그걸 더 잘 전할 수 있는 외피로 만들고 있다. 매번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송해 1927’을 다큐멘터리 장르로 빚은 이유도 그렇단다. 감독은 “인물을 비추는 영화는 특히나 그 사람의 안으로 들어가 비춰야 한다. 시간을 오래 들여 찬찬히 바라봐야 층층이 쌓인 그 사람의 개인사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영화에서 가족과 분단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북한 황해도 재령이 고향인 송해 씨가 실향민으로서 겪는 아픔을 함께 조명한다. 그는 “송해 선생님과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보면 한 편의 ‘인생 책’을 읽은 것 같다. 나와 가족, 일, 인생 등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감독에게 부산은 늘 그립고 따뜻한 곳이다. 고향 정서를 듬뿍 담은 영화도 준비하고 있다. 2년 전 BIFF 마켓에 소개한 ‘바다 사람’은 유년 시절 기억이 많은 자갈치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그는 “이모가 자갈치 시장에서 40년 넘게 일하고 계신다. 예전엔 곰장어집을 하셨는데 지금은 선짓국을 팔고 계신다”며 “어렸을 때부터 본 자갈치시장의 기억들과 생선 냄새, 분위기 등을 영화에 담아 요리해 보고 싶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고향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산영화’인 만큼 모든 촬영은 부산에서 진행할 거예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사진=최윤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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