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10·16기념관’서 박정희 전 대통령 찬양 행사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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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마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부산대 10·16기념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성격의 행사가 추진되려다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취소됐다.

28일 부산대에 따르면, 보수단체인 ‘트루스포럼’은 오는 31일 부산대 10·16기념관에서 ‘2020 보수주의 콘퍼런스 in 부산’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강연 중에는 ‘박정희가 옳았다’와 같은 주제의 강연도 포함돼 있었다.

보수단체, 대학 교수 통해 신청
대학 측, 행사 내용 검토 후 취소

문제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가 박정희 유신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민주화의 불꽃이 타올랐던 10·16기념관이라는 점이다. 10·16기념관은 2005년 부마민주항쟁 26주년을 맞아 지어진 건물로, 부마민주항쟁의 진원지였던 효원회관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와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아 ‘10·16기념관’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기념관의 성격과 맞지 않는 행사가 추진됐음에도 대학본부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대관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학내게시판 등을 통해 행사 내용이 알려지면서 부산대 재학생 6~7명이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들은 28일 오전 8시부터 대학본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며 대학본부에 대관 취소를 요구했다. 부산대 총학생회도 이날 오전 대학본부 측에 행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대학본부는 학생들이 1인 시위를 벌이자 뒤늦게서야 행사 내용을 재검토하고 대관 취소 통보를 내렸다.

본부 관계자는 “당초 신청서에는 행사 포스터에 적힌 만큼 상세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으며, 대학 교수를 통해 신청이 들어와 단순한 강연이라 생각했다”면서 “10·16기념관의 성격과도 맞지 않고, 외부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인 만큼 학내에서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해 취소 통보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행사 주관 측은 “대학 본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다른 장소에서라도 행사를 진행할지 여부는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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