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쾌감의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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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성교육 첫 시간에 보통 섹스와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다른가를 먼저 가르쳤다. 물론 섹스는 생물학적 성별 또는 성교의 의미로, 섹슈얼리티는 성적 욕망이나 정체성 실천의 의미로 성적 감정과 관계 등을 포함하는 총체적 개념으로 쓰인다. 그러나 요즘의 관심은 성적 쾌락인 듯하다. 성을 통해 인간이 얻는 긍정적 감각, 즐거움, 보람 같은 것은 성적 만족, 행복, 희열, 기쁨, 성취라고 해도 될 터인데 굳이 쾌락(pleasure)이라는 용어를 쓴다.

지난 9월 20일 뉴욕포스트 신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먹는 것과 성적 쾌감은 하느님이 주신 은혜’라고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기자의 글이기는 하다. 조금 역사를 되돌려 2500년 전 맹자가 ‘인간의 본성은 식사와 성교(孟子曰食色性也)’라고 한 주장과 비슷하게 들리지만, 물론 그 의미는 크게 다르다.

세계성학회(WAS)는 2년 전 멕시코 학회에서 ‘성적 쾌락에 대한 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성적 쾌락은 인간이 성에서 얻으려는 가장 중요한 목표이며 동기라고 했다.



아직도 많은 나라가 성교육의 주된 내용으로 피임, 성병, 성폭행 등을 가르치며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성 심리, 행동, 반응 등은 무시하고 있다. 이제는 포괄적 성교육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희롱, 성폭행에 가려 성교육이 제대로 안 된 지 벌써 오래다. 남녀는 점점 이간 되고 결혼도 잘 안 하려 한다.

성적 쾌락과 관련된 문제들은 특히 청소년 여성들에게서 늘어난다. 이들의 쾌락은 성적인 만남에서부터 박탈돼, 대부분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이는 결국 엄청난 성 불평등으로 귀결된다.

세계성학회는 성적 쾌락을 ‘타인과 또는 자신 단독만의 에로틱한 경험에서 생기는 신체적 그리고 심리적 만족감과 즐거움을 말하며, 이런 경험에는 사고, 공상, 꿈, 감정 또는 느낌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같은 오르가슴이라도 자위를 통해 얻어지는 것과 파트너와의 성에서 얻어지는 것은 크게 다르다. 자위라도 진한 환상을 곁들였을 때와 그저 습관적으로 마쳤을 때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 몸의 가장 강한 성감대는 뇌다. 현대성학은 쾌감의 기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적 표현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며 주로 감각을 통해 뇌가 이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때 육체적 쾌감이 정신적 쾌감을 증가시키며 그 역 또한 일어나 이를 쾌감의 순환(loop of pleasure)이라고 한다. 이때 뇌는 특정 화학물질들을 분비, 육체는 물론 정신도 엄청난 환희감을 맛보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쾌락은 나에게 따라오는 것이어야지 목적이어서는 옳지 않다고 했다.


/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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