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역 중진들, 김종인에 “부산 선거 만만하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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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산지역 중진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 서병수, 하태경 의원, 김종인 비대위원장, 김도읍 의원.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부산 지역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2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의원은 또 ‘부산 지역 정서’를 들어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의 경선룰을 달리해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서울과 달리 부산은 보수 지지층이 많은 만큼 당원들의 의견을 좀 더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심지어 두 지역의 공천관리위원회를 따로 구성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 위원장과 부산 중진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제안해 성사된 모임으로, 부산시장 보궐선거 전략과 경선 규칙 등을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부산 3선 이상 6명 중 서병수·조경태(5선), 하태경·김도읍(3선) 등 4명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지역 중진 의원들과도 만났다.

2일 오찬 회동서 ‘지역 내 불만’ 전달
지지층 결집 분위기 조성 ‘한목소리’
부산·서울 공관위 따로 구성 제안
1차 컷오프·2차 경선에 ‘공감대’
金 “경제 잘 아는 사람” 후보상 피력

참석한 부산 중진들은 김 위원장에게 “부산 분위기가 우리 당에 크게 우호적이지 않다. 안심하면 안 된다” “부산에서 승리하려면 중앙당에서 잘해야 한다” 등 당 지도부의 ‘경각심’을 공통적으로 언급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에 비해 부산 선거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지역 내 불만을 반영한 요구로 풀이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부산 방문에서 “지금 (부산시장 후보로)거론되는 인물 중에 적격자가 안 보인다”고 발언한 데다, 지역 최대 현안인 가덕신공항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무성의하게 답해 지역 지지층 사이에서 “마이너스 정치만 할 셈이냐” “지역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일부 중진은 경선룰에 대해서도 지역 정서를 거론하며 현행 당헌·당규상 ‘일반·책임 당원 선거인단 50%, 국민여론조사 50% 방식’을 가급적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당 재·보궐선거 경선준비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100% 국민경선’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지난달 30일 부산 공청회에서는 “당원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표출됐다.

특히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과 부산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공천관리위원회를 지역별로 따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면서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공천관리위를 따로 두는 건 당헌·당규도 바꿔야 하고, 전혀 합의되지 않은 얘기다. 서울과 부산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경선룰을 좀 달리 해야 할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일부 나왔을 뿐”이라고 다른 얘기를 했다.

이에 더해 부산의 경우, 현재 후보군이 10여 명에 이르기 때문에 1차 ‘컷오프’를 거쳐 2차 경선 순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장 보선 출마를 고려 중인 서병수 의원은 경선 시기와 관련, “경선 기간이 길어지면 후유증 때문에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현역 의원 사퇴 기한 보름 전을 전후로 가급적 ‘콤팩트’하게 치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자신의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되는데, 서 의원은 “김 위원장이 현역 출마에 대해 열려 있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현역 출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각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별다른 답을 하지 않은 채 “부산은 의원들이 잘 아니까 같이 잘 준비해 보자”는 정도로 일반론만 피력했다고 한다. 다만 부산 공청회에서 차기 부산시장상 1위로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꼽힌 데 대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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