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계 바라볼 때 상상력·직관 자극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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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래 갤러리604 대표

부산 중구 중앙동에 자리한 갤러리604. 전창래(57) 대표는 ‘아트부산&디자인’ 참여를 준비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박람회인 이 행사는 오는 6~8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술전시기획 전문가인 전 대표는 행사장 내 갤러리604 전시부스를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세계적인 설치작가 가와마타 다다시(66·Kawamata Tadashi)의 작품으로만 채운다. 가와마타는 세계가 주목하는 현대미술 작가 가운데서도 최상위급으로 평가받는다. 29세에 일본을 대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참여한 데 이어 파리의 에콜 드 보자르 교수로 재직하며 퐁피두 등 세계적인 미술관과 아트바젤 등에서 독특한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전 대표는 “나무 상자 등을 해체한 목재와 재생 금속판 등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미술과 건축예술을 교차시켜 다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벡스코 6~8일 '아트부산&디자인' 참여
거장 '가와마타' 대작 선보여 화제
코로나 최악 상황에 신뢰로 전시 성사

‘아트부산&디자인’에 선보일 가와마타의 작품 23점은 최근 프랑스에서 항공편으로 도착했다. 목재 캔버스에 숲과 오두막 형상을 그리고 설치한 ‘Tree Hut(나무 오두막)’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8점은 각각 가로 153㎝, 세로 220㎝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다. 전 대표는 8점을 붙여 1개의 작품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가로 길이만 12.24m에 달한다. 가와마타의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정상급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앞다퉈 경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 이런 전시가 가능할까라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더욱이 미술의 국제 교류를 막는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전 대표는 가와마타와의 남다른 신뢰 관계 덕분이라고 밝혔다.

“10여 년 전쯤 가와마타 작가가 경남에서 설치미술 작업을 할 때 갤러리604 직원들이 보조 스태프로 참여했습니다. 당시에도 가와마타는 세계적인 작가였습니다. 그때 처음 만난 자리에서 부산 전시를 제안했고 그 뒤 파리에 있는 그의 작업실 등에서 만나 대화하고 전시작업을 함께 하면서 서로 깊은 믿음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604는 가와마타 개인전을 이미 3회에 걸쳐 개최했다. 특히 부산자갈치시장의 생선 상자 400여 개를 해체한 나무조각 7000여 개로 갤러리604 지하와 1층을 모두 감싸는 등의 대규모 이색 전시회를 선보여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도 전 대표는 그동안 현대미술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평가받고 있는 벨기에 출신 얀 파브르, 환영과 현실을 넘나드는 독특한 설치 작업을 하는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등 초일류 작가들의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이런 전시 이력과 거장들과의 깊은 유대 덕분에 갤러리604는 텃세가 강한 파리 등 유럽 미술계에서도 ‘깍듯한 예우’를 받고 있다.

전 대표는 상당한 경제적인 부담을 각오하고 이번에 가와마타의 대작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그가 부산시민들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을 만큼 매우 중요하고 좋은 작가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작품일수록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 직관을 자극합니다. 처음엔 생경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문득 되살아나 곱씹게하는 감동적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그의 ‘낯선 세계’를 즐겁게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남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전 대표는 그동안 400여 회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이 하루빨리 종식돼 지구촌의 좋은 작품들을 보다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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