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고공 행진' 통영 굴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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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은 딱히 정해진 게 없지만 조각구름 같다. 껍데기는 매우 두꺼워 종이를 여러 겹 바른 것처럼 첩첩이 붙어 있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매끄러우며 맛은 달다. 껍데기는 갈아서 바둑돌을 만든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등장하는 굴에 대한 묘사다. 그 표현의 생생함이 놀랍다.

희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진 카사노바가 좋아했다는 굴. 흔히 바다의 우유,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 서양에서 굴은 특이하게도 각 달의 영어 이름에 R 자가 들어갈 때만 먹는다.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R 자가 들어가지 않은 5월부터 8월까지는 먹지 않았다. 이는 우리도 비슷했다. 섬진강 벚굴은 좀 다르지만, 옛날부터 굴은 보리가 패면 먹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온이 오르면 맛이 없고, 특히 7~8월은 굴의 산란기로 독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날이 추워지는 11월부터 1월까지는 굴 맛의 절정기다.



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생으로 먹는 게 최고다. 바닷가 갯바위에서 금방 쪼아 낸 굴을 차가운 바닷물에 한 번 휘휘~ 헹구어 곧바로 먹어야 제맛이다. 바다 비린내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거나, 그냥 먹기 심심하면 레몬즙을 살짝 뿌려서 먹는 것도 괜찮다. 굴회나 따끈한 굴국밥, 굴돌솥밥, 생맥주와 어울리는 굴튀김이나 굴구이도 별미다. 술과 함께라면 굴 무침도 좋다. 겨울철 굴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굴 요리하면 어리굴젓도 빼놓을 수 없다. 갓 딴 굴을 갖은양념에 버무려 옹기에 넣은 뒤 일정 기간 발효해 내놓는데, 이게 그 유명한 충남 서산의 어리굴젓이다. 입맛이 없는 겨울에는 어리굴젓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 수 있었다. '밥 한술에 어리굴젓 한 점'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맘때면 통영, 거제, 고성 등 남해 앞바다는 온통 ‘굴 잔치’다. 이곳 바닷가 마을 앞에는 굴 껍데기가 하얀 돌담처럼 곳곳에 쌓여 있다. 전국 굴 생산량의 70%가량을 생산하는 남해안 굴은 빛깔이 우유처럼 하얗다. 한껏 살이 오른 굴은 그 고소함이 오랫동안 입안에 머문다.

최근 통영 굴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굴 위판 초매식(첫 경매)을 한 지 보름 정도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자칫 굴이 김장철 특수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김장김치 감칠맛을 내는 데는 굴이 빠질 수 없는데, 고공 행진하는 굴 가격으로 소비 위축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우윳빛 속살에 진한 바다 냄새나는 싱싱한 굴. 소비자들도 맘껏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달식 라이프부장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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