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섭의 플러그인] 2차 공공기관·행정수도 이전 또 흐지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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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내건 5대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어젠다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처음 인정한 발언이다.

주지하다시피 현 정부 들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줄어들기는 고사하고 더 벌어졌다. 인구마저 지난해 말 수도권이 전국 비중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러고 보면 현 정부에서 균형발전에 관한 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시정연설에서 밝힌 문 대통령의 ‘수도권-지방 격차’ 언급은 너무 늦은 데다 공허한 느낌마저 든다. 그동안 곳곳에서 ‘지방 소멸’의 비명이 울려도 이에 비례하는 정부의 반응은 없었다. 대통령의 국회 언급 역시 큰 울림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격차라는 말 자체가 증발한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문 대통령, 균형발전 성과 미흡 인정
대책으로 ‘지역균형 뉴딜’ 최근 강조

반면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은 시들
의제 제기한 여권 내에도 진전 없어

‘지방 소멸’ 막을 근본 처방 외면 안 돼
남은 임기 노력에 현 정부 평가 달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균형 뉴딜’을 누차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당일 정의당은 논평에서 “지역균형 뉴딜은 예산안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것으로 시정연설용으로 급조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내막이 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에 또 의아한 것은 한국형 뉴딜 정책이 부각되기 시작한 이후 한동안 떠들썩했던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행정수도 논의는 쑥 들어갔다는 점이다.

행정수도 문제는 지난 7월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불쑥 제안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당 원내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공론화한 이상 여야 합의를 기반으로 반드시 끝을 보겠다”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밝히는 바람에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품게 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100여 일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가. 여야 합의를 위한 시도와 여론 형성을 위한 노력, 당내 논의와 청와대 호응까지 어느 하나라도 의미 있게 진행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주창 당사자인 여당 내 관심의 농도도 현저하게 옅어진 느낌이다. 지금은 이와 관련된 언급조차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 문제가 1~2년 안에 결론이 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처음 안건 제시 때와 비교하면 너무나 조용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정부와 여당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배경 자료로 삼은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평가보고서는 지난 8월 발표됐다. 이어 9월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국회 내 균형발전특별위원회의 조속한 가동과 함께 2단계 공공기관 이전·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여권 내에서 이와 관련해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됐다는 징후는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추미애 법무장관·윤석열 검찰총장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최근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다. 지난달 말 끝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토연구원의 혁신도시 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와 여당이 공공기관 추가 이전 결정을 조속히 확정하고, 이어 기관 선정 등 후속 논의를 이어 가야 하는데 계속 미적거리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임기가 앞으로 4개월 남짓에 불과해 큰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또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인 리스크가 너무 큰 행정수도와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대안으로 지역균형 뉴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두 현 정부 임기 내에는 행정수도든 2차 공공기관 이전이든 뚜렷한 진척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깔려 있음을 숨길 수 없다. 결국에는 실체 없는 공허한 말의 성찬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지방으로서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수순임이 틀림없다. 문 대통령이 이에 관한 확고한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이어 정부가 향후 계획만이라도 하루빨리 내놓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최선으로 여겨진다. 그래야 여러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다. 문 대통령 역시 스스로 언급했듯이 수도권과 지방의 좁혀지지 않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노력이라도 했다는 평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밝힌 지역균형 뉴딜 역시 도움이 되겠지만, 균형발전의 대계를 위한 더 큰 그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행정수도 논의의 진척에 따라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평가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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