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거미줄 / 이동호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누가 급하게 뛰어든 것처럼 내 방 벽 모서리에 동그랗게 파문 번진다



물속에 잠긴 것처럼 익숙한 것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바깥의 누군가가 이 눅눅한 곳으로 나를 통째로 물수제비 뜬 것이 분명하다



곧 죽을 것처럼 호흡이 가빠왔다



삶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으로 가라앉으면서 나는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잠든 사이 창을 통해 들어온 거미 덕분에,



내게도 수심이 생긴 것이다



-이동호 시집 중에서-


‘내가 잠든 사이’란 그만큼 짧은, 무방비상태를 말할 것이다. 천정부지 집값이 치솟고 전세가 집값을 뛰어넘고 그마저 품귀현상이다. 갑자기 일억씩 이억씩 전세금을 올려달라 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순식간에 벌어진 이런 상황이 요즘 만연하고 있다. 평온하던 삶은 안과 밖으로 구분되고 수면과 밑바닥이 생겼다. 거미는 그 생김새만으로도 공포감을 준다. 독이 없는 거미라고 누군가는 안심시키려 하지만 창을 꼭꼭 닫고 먼지를 털어낼 뿐. 수심을 없애려고 오늘도 두 눈을 부릅뜨는데 어쩌나, 저 거미를!

김종미 시인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