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 대부분 “n번방 사건 통해 디지털성범죄 알아”
부산시민 대다수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불법촬영물 단순 공유나 온라인상의 성적 농담이 범죄라는 인식은 아직 확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은 불법촬영물 유포를 불안해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부산지역 디지털성범죄 인식조사 및 대응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만 10~59세 부산 시민 21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를 3일 밝혔다.
부산여가원 성범죄 인식 조사
불법촬영물 공유 문제 인식 낮아
조사 결과 93%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성범죄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알게 된 계기로는 열 명 중 여섯 명(62.7%)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꼽았다. 불법촬영물의 온라인상 유포에 대한 불안함은 여성이 78.2%, 남성이 59.8%로, 성별로 차이가 났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신체 또는 성행위 촬영물을 제3자에게 공유하기만 한 사람과 단순히 재미로 온라인상에 이미지나 영상물, 링크를 제공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은 각각 23.4%, 14.6%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여전했다. 온라인상의 성적 농담에 대해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답변이 21.0%를 기록했고, 동의하에 촬영했다면 유포에 대한 책임은 피해자에게도 있다는 답변은 61.9%로 매우 높았다.
디지털성범죄 발생 원인으로는 처벌이 약해서(20.8%), 불법촬영(18.4%)이나 유포(17.0%)가 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등이 꼽혔다.
정다운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은 “디지털성범죄물 피해자들은 가해자 처벌 강화와 함께 기록물의 신속한 삭제를 원하는 만큼, 부산에 디지털성범죄 대응센터(가칭)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