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몸살 앓는 해안가… 몰염치 참다못해 기초의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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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취미 활동인 ‘차박(자동차+숙박)’이 신종 문화로 급부상하며, 부산 해안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해안길을 점령한 차박족들의 쓰레기 투기와 공공시설 사유화 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부산의 한 기초의회는 ‘정부에 규제 법안 마련을 건의하겠다’며 지역 주민 동의서까지 받고 있다.

3일 인터넷 캠핑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은 최근 캠핑족에게 ‘차박의 성지’로 꼽히고 있다. 해안을 따라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마을이 다수 형성돼 있고, 도심에 비해 인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SNS와 유튜브 채널에는 기장군 해안가 마을 주변의 ‘차박 포인트’를 소개하는 게시물만 수백 건에 달한다.

기장 해안 마을마다 수십 대 몰려
쓰레기 투기·소음에 주민 하소연
관련 규제 없어 잡음 끊이지 않아
기장군 의회 국토부에 입법 요구

기장군 해안 마을 인근에 차박을 위한 승용차 여러 대가 주차돼 있다.  기장군의회 제공

이 때문에 주말이면 해안가 마을마다 수십 대의 SUV 차량과 캠핑카가 몰린다. 기장군 문동리~문중리~칠암리에 위치한 해안 마을 약 3km 구간은 유명 관광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는 게 인근 주민 설명이다. 차박족이 몰릴 때면 인근 주민들은 한숨만 내쉰다. 차박 캠핑족이 우르르 빠져나간 뒤면 해안길 인근 물양장에 쓰레기가 넘친다. 쓰레기 처리는 온전히 지자체와 지역 주민 몫이다. 새벽 소음과 취사 연기로 밤잠을 설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문동리 마을 한 주민은 “차박족 대다수가 음악을 틀어 놓거나 술을 마시며 떠든다. 야간에 고기 굽는 연기가 집 안까지 들어와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며 “주민들이 군청에 호소하기도 했으나, 관련 법안 부재로 조치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기장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락생태공원, 송정해수욕장, 청사포 등 부산의 수많은 차박 포인트에서도 이 같은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장군 등 관할 지자체는 몰려드는 차박 캠핑족으로 인한 지역 주민 민원에 현장 계도를 나가고 있으나, 관련 규정이 없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장군의회가 해안가 차박족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 부처에 입법을 건의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기장군의회는 “차박에 대한 명확한 규제 법률 마련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차량 캠핑족에 대한 입법요구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최근 기장군 18개 어촌계를 방문해 의견을 수렴했으며, 주민 대부분이 차박 문제에 공감하며 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기장군의회 황운철 의원은 “빗발치는 주민 불만과 사회적 문제에도 지자체가 차박을 제약할 법적 근거가 없는 모순된 상황이다”며 “차박 금지 장소, 취사 조건, 차박 규제 기준 도입 등 정부는 시대 흐름에 맞게 차박에 대한 전반적인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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