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힘 모아 에어부산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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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낳은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의 지역성이 퇴색될 위기에 놓였다. 앞으로 공개매각 등의 물살에 휩쓸리게 되면 부산에서 태동해 성장한 지역 거점 항공사라는 특성이 사라질 우려가 높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등으로 안간힘을 쓰는 에어부산에 지역사회가 관심을 쏟아 지역 항공사로 지켜 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라 자회사 에어부산 운명도 불투명해졌다.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은 ‘통매각’ 계획을 유보하고 에어부산 등 자회사 분리 매각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등 분리 매각 검토
에어부산 891억 증자 추진
市, 예산 타령 참여 여부 미정
시의회 등 “안타깝다” 팔짱만


에어부산은 모기업 매각 절차와는 별도로 89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다음 달 7~8일 구주주 청약을 받고, 10~11일 일반주주 청약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손을 놓은 채 소극적인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주식 4.8%를 보유한 2대 주주이지만 예산 타령만 하며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의회, 부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부산지역 경제계 등도 말로만 “안타깝다”고 동조할 뿐 팔짱을 끼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개매각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당장 에어부산의 유상증자에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 경제계, 시민사회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온다. 에어부산이 부산 경제계 등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탄생한 지역 항공사인 까닭이다. 에어부산은 2008년 운항을 시작한 이후 부산을 거점으로 한 특화 노선 개발에 집중하며 성장해 왔다.

이처럼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공공재’를 자처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 온 에어부산이 지역성이 결여된 자본의 손에 넘어가도록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인다. 다른 지역은 지역공항에 기반을 둔 저비용항공사(LCC)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어 부산과 크게 대비된다. 제주도는 올 8월 약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갑준 부산상의 상근부회장은 “가덕신공항 건설을 외치면서 지역 거점 항공사 하나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지역 기업을 비롯한 경제계가 뜻을 모아 에어부산 살리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에어부산 설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신정택(세운철강(주) 회장) 전 부산상의 회장은 “에어부산은 부산시민의 항공사이므로 시민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면서 “기존 주주기업들이 에어부산 분리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은 “엑스포를 유치하고 관광도시로 거듭나려면 지역 거점 항공사가 꼭 필요하다”면서 “시민과 지역사회가 어려움에 처한 에어부산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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