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 입에서 나온 ‘살인자’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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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전날 “8·15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노 실장 말대로 불법집회이고, 그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된 것도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비서실장이 반(反)정부 집회를 주도했다고 국민을 ‘살인자’라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야권은 전날에 이에 5일에도 “비서실장 자격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라며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우리 국민을 총살·화형한 북한에는 살인자라고 한마디도 못 하고 분노의 화살을 국민에 겨누고 있다”며 “내 편이 하면 의인, 네 편이 하면 살인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노 실장의 발언은)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거취를 고민하라. 후안무치 비서실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광화문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
노영민, 국회 靑 국감서 폭언
논란 커지자 ‘과했다’ 유감 표명
“국민 총살 北엔 한마디 못 하고”
야권, 이틀째 “즉각 사퇴” 반발

같은 당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입과 발을 묶으려고 한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자 노 실장이 집회 주동자를 살인자라고 안하무인처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국민이 목도했다”면서 “이 정권 사람들이 국민을 대하는 오만과 교만을 보여 준 명장면”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있던 다른 사례에 빗댄 비판 발언도 이어졌다. 성 비대위원은 “문 대통령은 질병관리본부의 50명 기준을 어기고 인파와 함께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그 행사를 주도한 사람도 살인자인가”라고, 박성중 의원은 “광화문 집회가 있기 전 국민들에게 숙박 쿠폰, 음식점 할인 등을 부추긴 정부, 주말에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에 가신 분들, 광화문 집회 때 민노총 집회에 간 민노총 관계자도 살인자냐”라고, 김병욱 의원은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 전국 도심에 쏟아진 젊은이들도 잠재적 살인자인가”라고 반문했다.

‘나는 임차인’ 발언으로 주목 받았던 윤희숙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가 방역정책에 대한 비협조로 비판의 여지가 많은 집회였지만, 우리 국민을 살인자로 치부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우리편과 적’으로 국민을 얼마나 철저히 구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국민을 가르고 저열한 손가락질을 주도하는 것을 자신들의 권력을 다지는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서 노 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에 대한 경찰 대응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의 발언에 대해 “광화문 집회 때문에 발생한 확진자가 600명이 넘고 사망자까지 많았다”며 “(집회 주동자는)도둑놈이 아니고 살인자”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그는 “과한 표현이었다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노 실장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5일 정례 브리핑에서 8·15 광복절 집회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현재까지 12명이 숨졌다고 공개했다. 전날 노 실장이 관련 사망자가 7명이라고 했는데, 보건당국이 이를 정정해서 공개한 것이다. 그간 방대본은 집단감염의 원인이 된 장소나 모임 등을 알리고 관련한 확진자 수를 공개해 왔지만, 특정 감염 관련한 사망자에 대해 이처럼 언론에 밝힌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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