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야속한 ‘기생충’아카데미상… 코로나도 견뎌 낸 ‘BTS’ 빌보드 석권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올초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CJ엔터테인먼트·AMPAS 제공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대중문화계 지형을 완전히 바꿨다. 올해 방송과 가요, 영화계는 어느 것 하나 예측하거나 확신할 수 없는 ‘미증유’(未曾有)의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문화계에서 대중은 간간이 들려오는 ‘희소식’으로 지친 마음을 달래야 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대중문화계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기생충’ 수상 뒤 코로나 직격탄
영화 관객 지난해 ‘반의반 토막’
BTS 비롯 아이돌 앨범은 호황
가요계 ‘언택트’ 행사로 돌파구


■천국과 지옥 오간 ‘영화계’

올해 한국 영화계는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오갔다. 한국 영화 산업은 올 초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오스카) 수상 소식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꿨지만, 곧바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힘겨운 보릿고개를 지냈다.

시작은 좋았다. 올 초 한국 영화는 해외 주요 영화제에서 잇달아 낭보를 전하며 기쁨을 안겼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 2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4개 부문(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같은 달 홍상수 감독이 ‘도망친 여자’(2019)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장가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영화 제작이 지연되고 신작들의 극장 개봉 연기, 관객 수 급감이 맞물리면서 제작·투자·배급·극장으로 이어지는 영화 산업 체계가 흔들리게 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극장을 찾은 영화 관객 수는 지난 20일까지 5885만 6824명이다. 이는 영진위의 공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저 수치다.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극장 관객 수인 2억 2667만 8777명과 비교하면 26% 수준이다. 올해 박스오피스 1위 영화는 코로나19 확산 직전 개봉했던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475만 명)이다.

신작들은 개봉 연기를 거듭하다 극장 대신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 공개로 선회했다. 올 4월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한 걸 시작으로 스릴러 영화 ‘콜’과 코미디 영화 ‘차인표’, 200억 원대 제작비를 들인 SF 대작 ‘승리호’가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새로운 콘텐츠 형식 꾀한 ‘방송가’

코로나19는 방송 형식과 소재에 변화를 가져왔다. 대규모 촬영과 해외 로케이션,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 대신 소규모와 국내·실내를 배경으로 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했다. 해외 오지에서 촬영했던 SBS ‘정글의 법칙’과 해외 버스킹을 담았던 ‘비긴 어게인’ 등은 국내 촬영으로 콘셉트를 바꿔 위기를 넘겼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고 부동산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집방’ 예능이 인기를 끈 점도 눈에 띈다. MBC ‘구해줘 홈즈’,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KBS ‘땅만빌리지’, tvN ‘신박한 정리’ ‘바퀴 달린 집’ 등이다.

K드라마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나며 훨훨 날았다. 배우 손예진과 현빈이 나선 로맨스극 tvN ‘사랑의 불시착’과 배우 박서준 주연의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왔다. 방송가를 휩쓴 ‘숏폼’과 ‘부캐’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사와 콘텐츠 기업들은 대중의 빠른 콘텐츠 소비에 발맞춰 모바일에 최적화된 짧은 영상을 본격적으로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시작된 ‘부캐릭터’의 인기는 올해 연예계 전반으로 퍼졌다. ‘유산슬’로 변신했던 방송인 유재석은 올해 지미유, 유두래곤 등으로 활약했다. 가수 이효리와 비는 이곳에서 각각 린다G과 비룡으로 변신했고, 개그우먼 김신영은 트로트 가수 ‘둘째이모 김다비’로 나서 노래 ‘주라주라’를 발표하기도 했다.



■BTS 빌보드·언택트 행사 ‘가요계’

올해 가요계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체 음원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아이돌 그룹의 음반 판매량은 크게 뛰어 호황을 누렸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집계된 올해 음반 판매량은 4020만 장을 기록했다. 이는 21세기 들어 최대 수치다. K팝의 세계적 강세와 코로나19 확산이 이례적 호황의 요인으로 꼽힌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앨범을 100만 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셀러’에도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NCT, NCT127, 아이즈원, 트와이스, 블랙핑크, 백현 등 무려 8팀이 올랐다. 다만 이는 아이돌 가수 중심의 성적이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전체 음원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가량 줄었다.

올해 가요계에서 가장 돋보인 장면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장악이다. 방탄소년단은 올 2월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MAP OF THE SOUL: 7)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8월에는 영어 가사 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인 최초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달 한국어 곡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으로도 싱글 차트 정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과 ‘핫 100’을 석권한 최초의 한국 가수가 됐다.

가요계의 ‘언택트’ 행사는 일상이 됐다. 아티스트와 팬들 간 소통에 위기를 맞은 가요계는 온라인으로 눈을 돌려 활로를 모색했다. 콘서트와 쇼케이스, 팬 미팅, 팬 사인회 등이 온라인으로 열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슈퍼엠·NCT 등이 나선 ‘비욘드 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가황 나훈아의 언택트 콘서트를 브라운관으로 보여줘 대중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시작된 ‘트로트’ 열풍도 이어졌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출신인 트로트 신인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 등을 비롯해 남진, 주현미, 설운도 등 기성 트로트 가수들이 잇달아 신곡을 내며 대중을 만났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