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지 키워드 V·I·S·I·O·N 갖춘 후보가 시정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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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바라는 부산시장상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VISION(비전)을 갖춘 후보가 부산시장 자리에 오른다.”

다음 부산시장에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은 무엇일까? <부산일보>는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부산 제2도약’을 이끌 새 부산시장에 기대하는 시민 여망을 담아 봤다. 지난해 창간 기획으로 진행한 ‘부산시장 찾기 일문백답(부산일보 지난해 9월 29일 자 1면 등 보도)’과 각계 전문가 의견,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민심 등을 종합해 이상적인 부산시장상으로 6가지 키워드를 추출해 냈다.

△View(통찰력) △Innovation(혁신) △Strength(역량) △Image(이미지) △Opportunity making(기회 창출) △Native(지역 밀착성)가 새 부산시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인데 이들 키워드의 머리글자를 따서 조합하면 ‘VISION(비전)’이 된다.



여론조사서 드러난 민심 취합
부산일보, 6가지 키워드 추출
지역만의 발전 해법 제시하고
혁신·뚝심·청렴 이미지 필수
주력산업 살릴 ‘CEO형 시장’
지역밀착도 빼놓을 수 없는 덕목



View(통찰력)
인천에 밀리고, 세종에 치이면서 ‘제2 도시’ 부산의 위상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새 부산시장은 부산만의 지속 가능한 발전 해법을 제시하고, 동북아 핵심 도시로 키울 국제적 안목과 통찰력을 갖춘 인물이 돼야 한다. 이번 보궐선거가 짧게는 1년 3개월짜리 단기 시장을 뽑는 선거지만, 10년 후, 20년 후 부산의 미래상을 그려내 세계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사이즈’가 남다른 시장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다. 김진영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샌프란시스코가 뉴욕과 비교하지 않고, 상하이가 베이징과 비교하지 않듯 이제 부산도 서울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동남권을 배후로 한 독보적인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식견을 갖추고, 340만 부산시민에게 담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Innovation(혁신)
부산의 도시경쟁력은 세계 200위권, 아시아 80위권이다. 옛 영화를 곱씹으며 쇠락해가는 ‘늙은 도시’에서 벗어나려면 ‘낡은 체제’와의 결별이 요구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마인드로 시정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부산을 젊은 에너지로 넘치게 하기 위해서는 관리형 시장보다는 경영 능력을 갖춘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그동안 민선 부산시장은 외부 투자를 통해 부산의 경제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보다는 토건 개발과 국비에 의존한 인프라 사업에 치중해 왔다. 세계적인 혁신도시를 벤치마킹해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부산에 혁신 인프라를 구축하고, 글로벌 투자와 대기업들이 몰려드는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남국 부경대 행정학과장은 “부산시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 산하 공공기관을 통합하고 사업을 일원화하는 등의 시정 혁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trength(역량)
가덕신공항 건설, 부산·울산·경남 통합, 지방분권 등 부산의 미래가 달린 지역 현안을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려면 수도권 일극 상황에 맞서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는 강단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균형 발전과 광역 경제권 성장의 모멘텀이 될 가덕신공항 건설을 실현할 추진력 있는 시장, 수도권 팽창에 맞서 부울경 메가시티와 같은 광역행정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는 폭넓은 리더십을 갖춘 시장,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면 단호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힘 있는 시장’의 출현이 절실하다. 시 조직을 장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행정력은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을 아우르고, 상호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뛰어난 정치 역량도 갖춰야 한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이 중앙정부와 수도권을 상대하는 구심점이 돼 자치와 분권에 관한 강력한 개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Image(이미지)
이번 보궐선거는 오거돈 전 시장의 초유의 성비위 사건으로 촉발됐고, 이전의 부산 시정은 전직 시장 측근들의 비리로 얼룩졌던 만큼 도덕성과 청렴도는 새 부산시장이 갖춰야 할 최우선 덕목이다. 계층과 정치 성향 등에 따라 시민을 갈라치기하지 않고,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시정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요 현안에 대해 시민과 소통하면서 시민을 섬기는 ‘낮은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김진영 교수는 “부산시장은 사생활뿐만 아니라 자녀교육, 부동산, 재산상속 문제 등의 측면에서 도덕성, 윤리성이 완벽히 검증된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평등 의식이 있는 부산시장이 여성과 가족 정책에 있어서도 새로운 혁신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Opportunity making(기회 창출)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지역을 떠받쳐 온 주력 산업들이 무너지면서 부산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부산일보>의 ‘부산시장 찾기 일문백답’에서도 전 세대를 아울러 공통적으로 내놓은 주문은 바로 경제 살리기였다. 시민들은 부산의 미래상으로 '경제 도시' '일자리 많은 도시' '동남권 중심 도시' '해양 수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첨단 도시'를 꿈꿨다. 이런 측면에서 젊은이들이 부산을 지킬 수 있도록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고, 부산 경제의 구원투수가 돼 줄 ‘CEO형 시장’의 출현이 지금 부산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시장에게는 금융특구·블록체인 특구 조성 등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발맞춰 부산의 신성장 산업 구조를 기획하고, 대기업과 해외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요구된다.

심재운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본부장은 “블록체인 특구는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고, 부산이 차별성을 갖출 수 있는 분야”라며 “특구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지역 전문가들을 발굴하는 안목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Native(지역 밀착성)
부산의 현실을 잘 알고 난제를 풀어낼 ‘지역 밀착형 인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새 시장의 덕목이다. 부산을 중앙 정치에 종속된 ‘싸움판’쯤으로 여기거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지키려고 선거 때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인물은 부산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새로운 리더십은 부산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심재운 본부장은 “중앙에서 목소리를 내고 전문가들을 영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춘, 지역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했다. 양미숙 처장은 “부산시장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경험과 접촉이 있어야 하고,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 등 지역민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윤여진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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