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반발에 부딪힌 이낙연의 ‘사면 승부수’ 작심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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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첫날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청와대 건의에 대한 의지가 사흘 만에 당 지도부 논의 테이블에서 꺾였다. 진보 진영의 ‘반대’ 여론이 불가피한 이슈를 새해 벽두 통합 메시지로 발신하면서 이 대표가 정국 운영과 차기 대선 레이스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을 낳았는데, 당 지도부 설득에 실패하면서 정치적 상처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역시 사면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야권의 비판도 불 보듯 뻔하다.

지도부 “당 차원 논의 없다”
“朴 판결 기다리겠다” 일단 후퇴

민주당 최고위는 이 대표 주재로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사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짤막한 발표문을 전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의 (사면 건의)발언은 국민통합을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걸로 (최고위가)이해했다”고 운을 뗀 뒤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국민과 당원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직접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 차원에서 당분간 사면 논의는 꺼내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 대표는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과가 전제돼야 사면 건의를 하느냐’는 질문에 “발표문에 (반성이)중요하다고 (당 발표에)돼 있다”며 이달 14일 대법원의 박 전 대통령 재상고심 판결을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당내 반발로 사면에 대해 후퇴한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실제 사면론이 불거진 이후인 1~2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이 대표는 15.0%(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로 3위를 기록하며 최근의 하락세에 반전을 주지 못했다.

다만 이 대표가 이날 당 발표문에서 사과가 ‘필요하다’는 표현이 아닌 ‘중요하다’라고 정리됐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의 반성이나 사과에 앞서 적절한 시점에 사면을 건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사면론을 ‘산화’시키지 않은 것은 극심한 진영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정과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정권 재창출에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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