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향한 여당 내 잇단 반대 목소리… 레임덕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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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강원도 원주역에서 열린 저탄소·친환경 고속열차 KTX-이음 개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열차는 5일부터 청량리~안동 구간을 운행하지만 2022년 말에는 부산 신해운대역, 부전역까지 이어진다. 연합뉴스

최근 여당에서 문재인 대통령 의중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레임덕’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 사면논란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사태 등 민감한 현안이 생길 때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처음 제기한 사면론에 대해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지난 연말 문 대통령과 잇따라 독대했고,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당·청 간 ‘사전교감’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각에서는 신중한 성격의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것은 임기 후반기 ‘국민 통합’을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당-청 사전교감 전직 대통령 사면론
당원·지지층 반대 여론 들끓자 제동
윤석열 법원 결정 후 입장 표명에도
검찰총장 탄핵 주장 등 내부 잡음

하지만 당원과 지지층의 반대 여론이 들끓으면서 사면론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김용민 의원은 “전두환, 노태우 사면하고 11년 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다”고 했고, 김성환 의원은 “사면은 (여권의)정치 탄압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이 대표를 윤리규범 위반으로 신고하자는 등의 비난 글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사면론이 여권 내부에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으면서 문 대통령이 사면을 통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4일 페이스북 글에서 “일부 민주당 당원들이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면 논란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치명적인 타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법원의 집행정지 과정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적으로 거스르는 사례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5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효력중단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의 본질을 흐린 검찰총장 징계 문제를 일단락 짓고, 제도적 개혁을 완성하겠다는 의미였다. 민주당도 공식논평에서는 “인사권자로서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자, 검찰개혁 완수를 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당의 밑바닥 여론은 이와 달랐다. 일부 의원들이 윤 총장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일각에서는 ‘검찰-법원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법관 탄핵 주장까지 흘러나왔다.

여권 내부의 이 같은 불협화음 속에 문 대통령의 새해 첫 여론조사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레임덕은 야당이나 반대 진영의 공격보다는 여권 내부에서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모습으로 조금씩 다가온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좁히거나, 대통령의 국면전환 메시지와 반대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것이 현 정권의 레임덕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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