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53. 존 레논 ‘GIMME SOME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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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9일은 존 레논(John Lennon)의 80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어떤 세대에게는 비틀스의 멤버로 여전히 가장 추앙받는 팝 스타로 남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의 활동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음악을 남긴 아티스트로 남아 있기도 할 것이고요. 또 어떤 세대는 아예 그의 이름과 음악을 기억하지 못하기도 할 것입니다.

1980년 12월 8일 존 레논이 맨해튼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다 총격으로 사망한 일은 팝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여전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만약 존 레논이 여전히 세상에 음악을 발표하고 있었다면, 적어도 1980년 12월보다는 더 오랜 세월 음악을 발표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고는 합니다.

저에게 존 레논의 음악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해를 맞이할 때 꼭 들어보는 음반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특히 올해는 그의 음악이 더욱 다가오네요. 이미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의 음반은 여러 형태로 세상에 다시 등장하고는 해 왔습니다. 제 학창 시절에는 이런 음반 소식이 반갑기보다 음반사와 아티스트 간의 갈등 또는 분쟁을 일으키는 일을 만들었던 기사의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미 세상을 떠나거나 더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여건이 된 아티스트의 음악은 오직 그 시대의 오리지널 음반으로 존재하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팝의 역사와 더불어 그것을 녹음하고 완성하는 믹싱과 마스터링 과정은 단순한 기술적 발전이 아니라 음악의 새로운 창의적 영역에 더 가까워졌지요. 실제로 현재 작곡와 연주 등과 같은 중요한 창작의 단계가 되었지요. 때로는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얼터너티브 또는 록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오히려 예전의 사운드의 결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음악 애호가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을 터인데요. 그만큼 믹싱 등의 후반 작업은 그 시대의 음악의 결을 잘 대변해 주는, 그래서 오히려 가장 유행에 민감하며 동시에 음악의 유행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창작 과정입니다.

지난해 존 레논의 80번째 생일에 ‘GIMME SOME TRUTH’가 발매되었습니다. 이 음반은 존 레논의 기존 음악을 다시 믹스하여 발매한 앨범입니다. 저는 이 앨범을 존 레논을 전혀 모르는 세대에게, 지금의 가장 유행하는 록이나 팝을 즐기는 세대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믹스로 지금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사운드로 재탄생되었는데요.

마치 아날로그 시대의 음악이 다시 후반 작업을 거쳐 영화에 삽입되었을 때 그 음악을 알지 못하던 후세대의 음악팬에게 다시 사랑을 받게 되는 것을 연상하게 합니다. 아티스트의 사후 앨범이 단순한 편집과 구성을 통한 반복이 아니라 분명 다른 형태의 창작 영역으로 접어드는 시대가 되었음을 생생히 느끼게 합니다. ‘존 레논이 아직 생존해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은 이제 단순한 공상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 앨범이 그 실제적인 대답이 되어 줍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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