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연예술계 ‘디지털 콘텐츠’ 실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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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SELF PORTRAIT’ 공연 직후 장면. 관객이 360도로 둘러앉아 공연을 직접 촬영하고, 이를 실시간 스트리밍했다. ‘예술은 공유다’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새해에도 ‘비대면’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디지털 콘텐츠 실험을 통해 디지털로 ‘체질 개선’에 나선 공연 제작사가 나오는가 하면, 비대면 콘텐츠를 위한 지원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연제작사 ‘예술은 공유다’
이원생중계·실시간 스트리밍 연극
창작국악뮤지컬 ‘2020 영도다리 연가’
초연 장면 유튜브 채널로 공개

“이제는 영상교육 후원 등 필요한 때
문화기관 지원책도 바꿔야” 주문

■비대면 콘텐츠 활용 가속화

지난달 29일 공연 제작사 ‘예술은 공유다’는 비대면 콘텐츠 실험을 했다. 이날 실시간 스트리밍 연극 ‘SELF PORTRAIT’(자화상·배우 주형준 1인극)를 선보였는데, 공연에 참여한 관객의 카메라 30대를 활용해 공연 장면을 송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제작사가 준비한 고정 카메라는 단 한 대에 불과했다. 그외에는 관객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직접 앱을 설치하도록 하고, 관객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찍으면 중계부스에서 원하는 각도의 장면을 선택해 송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동안 비대면 콘텐츠라고 하면 실제 공연 장면을 카메라 몇 대가 3~5개 앵글로 보여주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는데, ‘SELF PORTRAIT’의 경우 그런 고정관념을 깼다.

소극장 중앙에 배우가 공간을 넘나들며 연기를 하고, 관객이 360도로 둘러 앉아 있는 구조로 좌석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온라인으로 보면 현장에 있는 관객과 달리, 여러 시점에서 작품을 볼 수 있어 디지털의 장점을 잘 살린 작품이 됐다. 현재 유튜브 채널 ‘모바일시어터’에 공연 장면을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다.

이 작품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예술은 공유다’가 선보인 작품은 실경연극(실제 경치나 광경을 무대로 한 연극) ‘모비딕’이다. ‘이스마엘’ 역의 배우 성주원이 바다 위에서 요트를 탄 채 연기를 하고, 나머지 배우들은 광안리 스튜디오에서 각자 맡은 배역을 동시에 연기했다. 두 공간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연극을 이원 생중계했다.

‘예술은 공유다’ 심문섭 대표는 “코로나 이전에도 모바일 기술을 결합한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난해 코로나 상황으로 이런 고민을 더 빨리 현실화하게 됐다”면서 “영화 ‘트루먼 쇼’에서 보듯 인물을 다양한 관점에서 찍으면 현장성이 더 산다. 공연예술의 현장성을 잘 살리는 비대면 콘텐츠가 앞으로 관건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술은 공유다’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공연예술의 변화는 계속될 것이라 본다. 이를 위해 사무실로 쓰던 광안리 공간을 비대면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온라인 공연 스튜디오 ‘어댑터’로 개조하고 있다.



■예술인 대상 영상 교육 ‘필수’

창작국악뮤지컬 ‘2020 영도다리 연가’는 지난달 3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초연했다. 이날 현장 공연 때 별도로 공연 장면을 촬영하고 ,이를 유튜브 ‘민요그룹 흥’ 채널에 공개했다.

‘영도다리 연가’ 곽은진 연출에게 영상 촬영 경험은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졌다. 곽 연출은 “아무래도 영상 분야를 잘 모르다보니 원하는 각도나 앵글을 영상 촬영자에게 설명하기가 힘들었다”면서 “아는 게 있어야 요구할 텐데 그렇지 못했고 역시나 촬영분을 보니 입체감이 부족한 부분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위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부산 북구에서 처음 열린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는 세계 여성 아티스트가 부산에 모여 공연하는 축제로 출발했는데 코로나19 위기가 닥치며 대부분 비대면인 축제로 전환됐다.

해외 게스트 초청이 어려워지면서 인도,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 장면을 생중계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포럼을 열면서 현장 초청으로는 예산의 한계로 부를 수 없는 게스트가 다수 참여했다.

축제를 개최한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 주혜자 연출은 “비대면으로 축제를 준비하면서 오히려 가능성을 봤다”면서 “영국 내셔널 시어터에서 만든 ‘’NT LIVE’의 경우 연극을 다각도에서 촬영하고 앵글을 연구한 결과물로 전세계에 팔리는 상품이 됐다. 지역에서도 영상화를 연구하고 투자하는데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장 예술인들은 문화 지원 기관이 단순히 영상 제작 비용과 공간만 지원할 것이 아니라, 예술인 영상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김성경 초빙교수는 “공연콘텐츠가 가진 장점은 현장성인데 지금까지 비대면 콘텐츠는 단순 중계에 그쳐 현장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부산은 영화·영상의 도시인 만큼 공연을 위한 전문 영상 기술자를 양성하고, 예술인 영상 제작 교육에 지원해 지속 가능한 온라인 공연 예술 확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부산에서 한형석 관련 창작오페라 ‘그 이름 먼 구름’을 연출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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