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삼중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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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수소(三重水素) 또는 트리튬(Tritium)은 수소(Hydrogen, H)의 동위원소로 T나 3H로 표기한다. 일반적인 수소원자의 핵은 단일 양성자로 구성되지만, 삼중수소의 원자핵은 한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성자 하나로 구성되는 수소보다 3배가량 무겁다고 한다. 삼중수소는 보통 수소에는 없는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장치가 필요하다. 삼중수소 반감기는 대략 12.3년이다.

삼중수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중수로형 원자력발전소다. 국내 24기 원전 중 경주 월성에 있는 월성1~4호기만 중수로형이다. 중수로의 경우 농축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을 그대로 쓴다. 경수로는 일반적으로 농축우라늄 연료를 교체할 때 원자로를 완전히 정지시킨 뒤 교체해야 한다. 이에 비해 중수로는 매일 일정량의 천연우라늄을 교체하면 돼 365일 발전을 중지할 필요가 없다. 대신 감속재 겸 냉각재는 일반 물(경수)이 아닌 중성자 손실이 적은 중수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방사선 관리에 소홀하면 부지 주변이 삼중수소로 오염될 수 있다.

경북 월성 원전 부지 지하수가 삼중수소로 오염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민관 합동 조사를 통해 밝혀야겠지만, 당장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공방과 일부 친원전 전문가의 발언은 ‘원전 도시’ 부산에 사는 사람으로선 매우 안타깝다. “유출된 삼중수소의 인체 영향이 바나나 6개, 멸치 1g 수준에 불과하다”는 어느 교수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이 “바나나 1개 피폭량=삼중수소 5000베크렐 섭취”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 논란은 월성 원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폭발 사고 이후 방사성 오염수가 지금도 생기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핵물질 정화 장치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탱크에 보관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처리수’에는 기술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그대로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이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고쳐 부르는 데 비해 우리는 여전히 “오염수”라고 부르는 이유다. 오염된 ‘처리수’를 장기간 바다에 흘릴 경우 안전을 장담할 수 없듯 월성 원전 삼중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고 신뢰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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