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래 건졌다” “거짓말, 하늘에서 다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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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방어진수협 위판장 앞에 작살 여러 개가 꽂힌 밍크고래가 인양돼 있다. 부산일보DB

울산에서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도 거짓으로 둘러댄 선장과 선원들이 무더기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2부 유정우 판사는 수산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선장 A 씨에게 징역 2년, 다른 선장 B 씨에게 징역 1년 3개월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선원 6명에게 징역 8개월에서 1년 10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모두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다.

고래 불법포획 선장 등 8명 실형
해경 항공 촬영으로 증거 수집
울산지법 “작살 이용 수법 잔혹”

판결문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6월 8일 포항 구룡포항에서 울산 간절곶으로 남하하다가 유영하던 밍크고래 2마리를 발견, 1척이 작살을 투척했고, 다른 선박은 퇴로를 막았다. 선원들은 피를 많이 흘린 고래가 죽기를 기다렸다 작살에 연결된 로프를 당겨 배에 올렸다.

검거된 이들은 법정에서 황당한 거짓말로 둘러댔다. 누군가의 작살에 꽂혀 죽은 고래를 잠시 인양했다 다시 바다에 버렸다거나, 아예 고래 포획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발뺌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경은 항공 순찰 도중 고래포획 용의선박 리스트에 오른 이들 어선을 발견하곤 동태를 유심히 살폈고 고래 포획 장면을 그대로 적외선열영상장비로 촬영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일관된 진술, 항적 자료, 촬영 영상 등을 토대로 범행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연안자망어선은 허가된 서해안에서의 위판 실적이 없었고, 자망어업 어구도 갖추지 않은 채 고래 포획도구만 싣고 있었다.

양형이 높아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포경꾼 대부분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고, 선장과 선원들이 경찰 수사에 대비해 시내 모텔에 모여 진술 내용을 미리 맞추고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점이 감안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변명이나 거짓말이 경험칙, 일반적 상식에 비추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국제적으로 포획이 금지된 멸종위기종인 밍크고래 2마리를 계획적·조직적으로 불법 포획하고, 작살을 이용한 범행 수법도 매우 잔혹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고래 불법 포획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은 반면 고래를 팔아 얻는 수익은 큰 점이 불법 포획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고래가 사라지면 인간도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승혁 기자gsh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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