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준법 감시위 실효성 없다”… 경제계 “안타깝다” 파장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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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법정구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종호 기자 kimjh@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양형 기준의 하나로 삼겠다고 밝혔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구속되자 삼성그룹과 재계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삼성 측은 준법감시위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된 마당에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고법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삼성 측이 주장해 온 양형 참작에 대해서도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행동을 선제적으로 감시하지는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법원, ‘양형 참작 부적절’ 판단
이 부회장 “투명성 강화” 진술
전경련 “한국 경제 악영향 우려”

삼성 준법감시위는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를 피하기 위해 마련한 카드였다. 삼성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던 2020년 1월 △준법감시위 설치 △무노조 경영 폐기 △경영권 승계 종식을 발표하며 법원의 선처를 호소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파기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어떠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 시스템을 만들어 최고 수준의 도덕·투명성을 갖춘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거듭된 대국민 설득에도 준법 감시위가 사실상 실형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 감시위 활동을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히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이 불공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 측은 준법감시위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부회장은 최근 재판 결과와 별개로 삼성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다시 수감되자 경제계는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향후 미칠 파장을 걱정했다. 정부 차원의 협조도 당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삼성이 한국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판결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염려된다”면서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가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부탁한다”고 했다. 무역협회도 “이번 판결이 삼성의 경영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의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면서 “이번 판결로 인한 경제계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향후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부회장 구속 판결 이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5일 이 부회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삼성그룹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41% 급락해 8만 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우(-3.87%), 삼성물산(-6.84%), 삼성바이오로직스(-1.99%), 삼성SDI(-4.21%)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한수·배동진 기자 han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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